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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은 지치지 않았나요?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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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한 지 10년이 넘은 A(55)씨는 6개월 전부터 오른쪽 발뒤꿈치 아래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침에만 잠시 통증이 있다가 그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아픈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A씨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운동화 바꾸기를 거듭했으나 잠시뿐, 마라톤만 하면 재발했다.결국 A씨는 병원 족부클리닉을 찾았고 "발이 약간 바깥쪽으로 쏠리는데다 무리하게 운동을 한 탓"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두 달간 아킬레스 스트레칭을 받고, 발보조기를 착용한 후에야 통증을 덜게 됐다.

달리기로 건강과 몸매를 되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발이 엄청난 노역(勞役)을 감내하고 있다. 발은 빨리 달리기 같은 심한 운동을 할 땐 1시간 동안 5,000톤의 무게를 감당한다.

몸을 지탱하는 받침대인 발은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오묘하게 움직이지만 어느 한 곳만 이상이 생겨도 보행에 필요한 균형을 잃고 연쇄적인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발에는 전신과 연결된 경락이 흘러 발만 잘 다루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발에 생기기 쉬운 질환과 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발바닥 아픈 달리기족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흔한 발병은 발바닥, 특히 뒤꿈치쪽이 아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걸을 때 아프다가 점차 나아진다면 발바닥의 질긴 근막에 염증이 생긴 족저근막염이기 쉽다. 또 운동을 할 때는 괜찮다가 몇 시간 쉬고 나면 아킬레스건이 뻑뻑하고 아프다면 아킬레스건염이 의심된다.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힘줄이지만 충격을 받으면 끊어져 염증을 일으킨다.

이밖에 엄지발가락이 꺾이면서 붓고 아픈 엄지발가락 활액염, 발가락 뼈 사이를 눌렀을 때 아픈 지간 신경종 등이 달리기를 할 때 흔히 생기는 발 질환이다.

발병이 생기는 첫번째 원인은 충분한 스트레칭 없이 달리기를 한 경우다. A씨처럼 운동을 오래한 사람도 근육을 너무 많이 써서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운동으로 인한 발병을 줄이려면 15분 이상 충분히 하반신 전체를 스트레칭해 주어야 한다. 또 운동량도 서서히 늘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증이 생기면 소염진통제와 찜질을 한다. 그러나 자꾸 재발한다면 A씨의 경우처럼 발의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자꾸자꾸 생기는 굳은살

노출의 계절, 예쁜 샌들에 어울리는 매끈한 발을 만들어야 할 때다. 굳은살이나 티눈은 신발과 마찰이 심하거나 압력이 몰려 생긴다. 이를 없애려면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불린 후 버퍼나 타월, 면도기 등을 이용한다. 그리고 로션이나 크림으로 발에 유분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피부과에서는 레이저나 각질용해제 등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굳은 살이나 티눈을 제거해도 같은 곳에 다시 생기는 일이 다반사다. 일산백병원 재활의학과 이홍재 교수는 "굳은 살은 발의 압력이 쏠려있다는 반증"이라며 "굳은 살이 둘째 발가락 아래쪽에 계속 생기면 평발, 새끼발가락 아래쪽에 있다면 오목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보행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쳐 발목뼈, 정강이뼈, 무릎관절이 휘면서 근육통·관절통을 낳는다. 이 교수는 "단순히 굳은 살을 제거하는 것보다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족부클리닉을 찾아 발에 맞는 보조기를 착용하면 보행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붓거나 시린 여성

발이 붓거나 시려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이 적지않다. 대표적으로 임신 중이거나 자고 일어난 아침에 발이 붓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질병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오래 서있지 말고 넉넉한 신발을 신으며 잠 잘 땐 발을 올려 부기를 빼는 것이 일반적인 지침이다.

단 중년 이후 손가락 발가락 관절이 붓고 아프다면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은 여성에게 많다.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닌 자가면역질환이므로 조기 진단해 병이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손발이 유난히 차고 시리다는 여성도 많다.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해주고 손발을 마사지해 주면 도움이 된다. 경희의료원 한방부인과 장준복 교수는 "영양을 잘 섭취하는 것은 순환의 핵심"이라며 "곡류, 제철 채소, 식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성질이 따뜻하면서 소화기능을 좋게 하는 생강차, 대추차 등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당뇨환자 발은 보물처럼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발을 보물 다루듯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높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안 돼 합병증이 생기는데 대표적인 부위가 발이다. 발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미세혈관이 많은데다가 늘 압박을 받기 때문. 혈관이 막히면 신경이 마비돼 감각도 없어지고, 작은 상처라도 쉽게 썩는다.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다리 절단 환자의 대다수가 바로 당뇨질환을 가진 사람이다.

때문에 당뇨환자는 맞지 않는 신발과 꼭 조이는 양말은 절대 신어선 안되며, 작은 상처나 굳은살이라도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서 제거해야 한다. 또 발톱은 일자로 잘라 살을 파고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일 발을 비누로 씻고 건조시키며 베이비오일이나 크림을 발라 피부가 갈라지지 않도록 한다. 상처가 작을 땐 상피세포성장인자(EGF) 성분의 약물을 분무해 빨리 치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발 마사지로 건강지키기

한의학에선 손과 발이 인체 전신의 축소판이라고 본다. 발에는 몸을 흐르는 12경락 중 6개 경락이 지나는데, 이것이 몸통을 지나 머리까지 연결돼 있어 내장과 비뇨생식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그래서 발을 마사지하면 대응하는 장기가 자극된다. 굳이 대응 부위를 모르더라도 발을 주무르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피로가 풀린다.

우선 발을 깨끗하게 씻고 핸드크림이나 베이비오일 등을 바른다.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이용하거나 끝이 뭉툭한 막대기로 15∼30분동안 마사지한다.

왼발부터 발바닥 한가운데 움푹 들어간 곳부터 안쪽 끝부분(신장, 요도, 방광 대응부위)을 누른다. 이어 엄지발가락부터 새끼발가락까지 발가락 옆과 사이까지 빈틈없이 주무른다. 발바닥 전체를 발가락부터 뒤꿈치쪽으로 주무른다. 이어 뒤꿈치에서 발과 정강이 안쪽을 주물러 올라간다. 무릎 위 10㎝까지 주물러주어야 노폐물 배설에 효과가 있다.

이번엔 반대로 무릎 위에서 정강이 바깥쪽을 따라 발등까지 주물러 내려온다. 다시 발바닥의 신장, 요도, 방광 대응부위를 강하게 눌러준다.

특히 치료를 원하는 부위가 있다면 역시 강하게 자극한다. 같은 순서로 오른발을 마사지한다. 양발 마사지가 끝나면 따뜻한 물을 2컵 정도 마신다.

식사 직후엔 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 1시간쯤 지난 뒤 하도록 한다. 또 특정 부위만 자극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고 발 전체와 무릎까지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2주 이상 꾸준히 해야 한다.

<도움말=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정석희 교수>

● 발병 예방 신발 고르는 법

발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신발을 잘 골라야 한다. 신발은 길이와 폭에서 발보다 1∼1.5㎝ 여유있는 것이 알맞다. 굽은 가능하면 3.5㎝보다 낮고 쿠션이 달린 것이 좋다. 또 높은 굽의 신은 가끔씩만 신도록 한다.

편한 운동화라도 끈을 바짝 조이면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이 잘 붓고 아프다. 발등이 눌리는 느낌이 없을 정도가 적당하다. 또 하루종일 신을 신고있는 직장인의 경우 신 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발의 피로를 풀어주도록 한다. 외제 운동화는 서구인의 발 모양에 맞게 바나나처럼 안쪽으로 약간 휜 것이 있는데 이는 우리의 발과 맞지 않는다. 11자형의 신발이 좋다.

보통 달리기를 할 땐 공기가 든 운동화가 충격을 흡수해 좋지만 평발이거나 오목발인 경우는 예외다. 오히려 발 쏠림을 가중시키므로 에어 운동화나 뒷굽이 부드러운 신발은 피해야 한다. 특수 깔창을 사서 넣고 신거나, 족부클리닉에서 보조기를 맞춰 착용하는 게 좋다.

/김희원기자

<도움말=나누리병원 족부클리닉 윤재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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