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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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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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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병원에 성 학대를 받는 어린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동성폭력전담센터'를 개설하게 된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40) 교수가 2년여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여성부의 도움을 받아 5월 초 전국 31개 병원에 아동성폭력전담센터를 개설한다. 신 교수는 1998년 교수로 임용된 이래 성 학대를 당한 어린이들을 치유하고 돌보는데 앞장서온 선구자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등 어린이에 대한 성적 학대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어린이들은 대부분 초기에 극도로 정신적 혼란을 겪고 불안증세를 보이면서 예전과는 다른 아이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상적으로 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자위행위에 빠지는 아이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아동성폭력전담센터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어린이 성폭력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6년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에서 유학할 때 우연히 성 학대를 당한 어린이들을 돌보면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않던 때, 선진국에서는 이미 성 학대 어린이들을 체계적으로 돌보고 치유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그는 일일이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2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98년 유치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한 아동을 치료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성 학대 피해 어린이에 관심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어이없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성 학대에 문제에 천착하는 것이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받은 것.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우리 사회의 경직성. 언젠가 한 아동 성폭력 사건으로 법원을 5차례나 불려 다니면서 우리 법률이 너무 경직돼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그는 "성폭력을 당한 아동은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는데, 여기서 한 술 더 떠 경찰관뿐만 아니라 검사, 판사 앞에서까지 자신이 당한 일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6세 미만이거나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경우 초기에 성폭행 사실을 6하 원칙에 따라 논리적으로 진술하기가 거의 불가능한데도 수사과정에서 논리적이고 일관적인 진술을 할 때까지 질문을 반복한다는 것은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아예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가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올해 초에는 법원이 이례적으로 성폭력 피해 어린이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고 '비디오 녹화 진술'을 법적 증거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피해 어린이를 법정에 세우지 않고 경찰조사 단계에서 녹화된 비디오 진술을 주요 증거물로 인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 교수가 이번에 전담센터 개설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일환이다.

"전담센터 개설이 성폭력 피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신 교수는 "이들 어린이들에 대한 의료비 보조에서부터 의사고시에 아동학대 관련 문항을 넣는 것까지 정말 너무나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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