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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40·끝> 나이는 숫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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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40·끝> 나이는 숫자일 뿐

입력
200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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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만사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나의 이력서'도 어느덧 오늘이 마지막회다. 나는 가능한 내 삶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 했다. 아니 고백하고 싶었다. 하지만 삶이 그렇듯,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슴속 깊이 묻어둔 채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경쟁사와의 관계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가족사도 아들과 딸들의 가슴에 또 다시 상처를 입힐까 봐 조심스레 다뤘다.이력서를 쓰면서 내 삶은 참으로 굴곡이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차마 글로 표현하지 않은 더욱 파란만장한 사연들을 빼고도 말이다. 나는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정정당당히 살았다. 돈 보다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자부한다. 세상이 아무리 비웃어도 '기업은 인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경영철학을 지켜왔다.

자기 욕심을 더 채우려는 사람들 속에 내 꿈이 무너져내리는 깊은 좌절감을 맛 본 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류의 건강을 지켜내고 모든 임직원의 행복을 책임지는 '인간다운 기업'을 만들겠다는 신념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한번은 사내 교육 시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주(社主)는 임직원의 고혈을 짜내고 인간 개개인의 삶을 기계 부속품화 할 수도 있다. 나도 사람인 만큼 그런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인간적 기업'을 이뤄내려는 나의 신념이 혼자만의 잠꼬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여러분의 헌신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나는 장순하 시인의 말마따나 '장사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한 장사꾼이다. 알로에로 물건을 만들고 팔아 왔으니 그 점은 분명하다. 사회 환원도 좋지만 최고의 알로에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해야 할 책임도 피할 수 없다. 품격 높게 기업인이라고 불러도 어차피 그의 지상 최대의 임무는 회사를 살리고 키우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경영 활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김정문 하면 알로에, 알로에 하면 김정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지금 우리회사 김정문알로에는 솔직히 업계 꼴찌다. 품질이 아니라 매출 규모로 봐서 그렇다는 얘기다. 1992년 350억원이 넘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1년 동안 제자리 걸음은 커녕 퇴보한 셈이다.

98년 8월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도 실패했다. 그렇다고 책임을 돌리고 싶진 않다. 나름대로 사업확장과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지난해 6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회사 꼴은 엉망이었다. 한가하게 여행이나 독서에 빠져들 상황이 아니었다. 매일 어음과 수표 부도를 막기 위한 피 말리는 전쟁을 치렀다. 다행히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연말에는 숨을 돌렸고 지금은 정상을 회복했다. 아내 최연매는 파트너가 돼 사업을 야무지게 도와주고 있다.

임직원 사기도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우리회사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대기업보다 대우가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부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으니 당연했다. 나는 일단 자신감 회복에 나섰다. 3개월 코스에 1인 당 300만원을 내야 하는 교육전문 기관인 '델 카네기'에 직원 33명을 보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회사 내에 헬스클럽과 영화감상실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 회사는 지금 송파구 가락동 작은 빌딩에 3개층을 빌려 쓰고 있다. 일부 직원은 잘 나갈 때 강남에 빌딩 하나만 사뒀다면 얼마나 좋았냐고 푸념하곤 한다. 사실 그때 사옥 얘기를 한 임직원도 더러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는 하지 않겠다고 묵살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업계 1위의 자리를 되찾고 이익이 쌓이면 번듯한 사옥을 구해 직원들의 내 집 없는 설움을 씻어주겠다고. 나는 끝없는 도전을 향해 뛸 수밖에 없다. 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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