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의결 후 사실상 처음 내린 결단이 적잖은 역풍을 맞게 될 전망이다. 고 대행은 사면법 개정안 및 보상3법 처리와 관련한 시험대를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법리상 문제가 있거나 재정적 부담이 큰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인데 당장 정치적 공세와 관련단체의 반발이 일고있다.사면법 개정안은 법리상 문제를 내세워 재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 국회가 제한을 가하는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크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국회가 제한한 외국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직무정지 전 노무현 대통령의 방침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고 대행측은 고심 끝에 재의요구서에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된 사례를 적시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면권이 남용돼서는 안된다'는 문구를 명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행측은 또 국회의 사면권 제한은 있을 수 없지만 법원의 판단은 구할 수 있다는 취지를 국회측에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대통령 사면권 제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정안을 전면 거부하던 노 대통령과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고심(高心)'이 반영된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측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어떤 경우든 고 대행 체제의 순항을 바래야 할 야당이 고 대행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를 취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보상 3법은 사안별로 처리방침을 달리했다. 거창사건 보상법은 받아들일 경우 다른 전시(戰時)사건으로 보상문제가 확대돼 정부가 무제한의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다는 이유로 거부권 행사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신청기간을 2000년 2월29일에서 올해 5월31일까지로 연장하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은 '기한연장을 못한다'는 최초법의 규정을 어긴 법리상 문제 때문에 30억원의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최종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이 같은 차별화 때문에 거창 사건 유족측의 반발은 거세다. 거창사건 희생자유족회 조성제(55)회장은 "국회에서 보상법이 통과돼 개개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줄 알고 있었는데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냐"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행정부를 상대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거창=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