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평화재건을 명분으로 내건 자이툰 부대 파병이 마땅한 주둔지를 찾느라 지연되는 희한한 상황에 처했다. 파병 예정지 키르쿠크의 치안이 크게 악화, 독자적 작전수행이 불가능해진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내전마저 우려되는 곳에서 평화재건 활동만 한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워 파병을 강행한 데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다. 파병이 늦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장병 3,600명의 안위가 걸린 파병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일이 이렇게 된 근본은 미국과의 우호 등 국익이 우선한다며 파병을 강행하면서,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현지 실정과 동떨어지게 평화재건의 허울을 씌운데 있다. 저항세력 평정 등 적극적 전투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설득한 것이다. 그러나 자이툰 부대는 실제 재건작업을 수행할 공병과 의료인력은 몇 백명뿐이고, 특전사 등의 전투병력을 주축으로 편성됐다. 키르쿠크 지역이 안전하다고 떠들면서도 자체안전 확보에 주력한 결과지만, 평화재건 명분이 위선적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이마저 현지의 독자 작전에 필수적인 헬기 지원은 미군에 의존하는 등 무리하고 안이한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군이 공동주둔 및 합동작전을 제안하자 난감하게 됐고, 미군은 미군대로 헬기와 탱크도 없이 독자작전을 고집하는 것을 비웃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태도변화를 탓하기에 앞서, 파병의 위험을 애써 무시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파병지역을 치안이 나은 곳으로 바꾸기로 한 것을 다행스레 여길 때가 아니다. 사실상 전투부대가 전투능력은 온전하지 않고 재건작업에 필요한 예산조차 없는 파병을 위해 주둔지를 찾아 헤매는 처지에서 다른 파병국은 잇따라 철군을 서두르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파병계획 자체를 근본부터 재고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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