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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 지음·효형출판사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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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 지음·효형출판사 발행

입력
200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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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인간은 물론이고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아낌없이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동물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동물과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다 보면 '이성적인 동물'이라 일컫는 인간세계의 허위의식이 드러나고, 인간이 내세우는 어쭙잖은 명분과 잇속이 얼마만큼 공허한지 자책감마저 들게 만든다.

부상을 당한 동료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찾을 때까지 떠받쳐주는 고래들의 따뜻한 동료애나, 어미 말벌이 자기 자식들의 먹이가 될 곤충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신경만 부분적으로 마비시켜 자식들에게 늘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만든다는 끔찍할 정도로 자식을 위하는 말벌, 그리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자식들에게 먹이는 거미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삶을 조용히 꾸짖는 듯하다.

또한 백로들은 같은 어미가 낳은 친형제들끼리 서로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거나,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지 못하게 하여 끝내 죽게 만든다. 둥지를 떠나 살아 남지 못할 자식은 일찌감치 사라지는 것이 어미에게도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냉혹한 동물세계처럼 비춰지긴 하지만 경쟁이 두려워 미리 자기가 기를 수 있을 만큼의 새끼만을 낳는 비겁한 일은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낭비가 아니라, 둥지 안의 경쟁을 통해 보다 강인한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술수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살아가는 백로의 세계는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린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인간의 생존법칙을 가르쳐준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삶에 조금은 지쳤거나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물들의 생존방식은 때로는 위안이 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질을 따지게 되는 시대에 자신의 안위만을 묻고 조급해 하기 보다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각질처럼 딱딱해져 가는 무딘 마음에 한낱 실오라기 희망을 품어본다.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며.

/김인숙·넥서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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