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3월20일 오전 8시께, 도쿄(東京)의 관청 밀집 지역에 자리잡은 가스미가세키역의 5개 전동차 안에서 맹독가스 사린이 동시에 살포돼 5,500여 명이 중독 현상으로 쓰러지고 이 가운데 12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났다. 종말론을 주장해온 신흥 종교단체 옴진리교 신도들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 사건은 화학무기를 사용해 불특정 공중에게 치명적 위해를 가했다는 점에서 일본 안팎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테러는 그 해 2월 일어난 한 공증사무소 사무장 납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옴진리교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가 경찰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계획한 일로 드러났다.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된 옴진리교 교주와 간부, 열성 신자 29명을 포함해 모두 189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되었다. 지난 2월27일 도쿄지방재판소는 아사하라에게 살인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사건 발생 9년 만에 1심 재판을 마무리지었다. 아사하라는 이 사건을 포함한 13건의 테러를 통해 모두 27명을 죽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도쿄 지하철 가스 테러를 실행한 아사하라 추종자 가운데 11명은 아사하라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미 사형 선고를 받았다.
옴진리교는 1984년 옴신선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교주 아사하라는 당시 28세의 청년이었다. 옴(Aum)은 '우주의 창조·유지·파괴'를 뜻하는 힌두교 주어(呪語)라고 한다. 아사하라는 인류가 세균무기와 핵무기로 이내 종말을 맞는다며 옴진리교 신자들이 1995년 11월 선과 악의 최후 결전에서 승리해 천년왕국을 누리게 되리라고 설법해왔다. 1992년 한국에서 벌어진 다미선교회의 휴거(携擧) 소동에서도 보듯, 세기말이라는 연대는 종말론적 교파가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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