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젠 자유다'라며 공부를 안하고 방만해지는 학생들이 많지요. 그래서 새내기들에게는 교수와 학부모의 관심이 좀더 필요합니다."목원대 국어교육과 표언복(52) 교수는 9년째 이 학과 신입생들의 중간·기말고사 답안지를 학부모에게 보내주고 있다. 답안지를 우송할 때 '가정통신문'도 함께 첨부한다. 가정통신문에는 학생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 등등이 당부 사항과 더불어 시시콜콜 적혀 있다.
대학 교수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자제력이 부족한 1학년 때의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이후로도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학부모와 통신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우리를 아직도 고등학생으로 아십니까"라며 거부감을 보인다.
그러나 가정통신문을 받은 많은 학부모들은 "대학에 보내고 걱정이 많았는데 교수님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다"며 감사의 답장을 보내온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며 표 교수와 이메일로 자녀의 휴학과 아르바이트, 취업 등 모든 신변문제를 4년째 상의하고 있다.
"처음엔 가정통신문을 꺼림칙하게 여기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애정의 표현인 줄 깨닫고 고마워하더군요." 학위수여식 때면 인사를 하러 들르는 졸업생과 학부모들로 표 교수의 연구실은 북새통을 이룬다.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한 학생과 학부모도 감사 전화 거는 것을 잊지 않는다.
표 교수는 공부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하다. 특히 신입생들에게는 주 1회씩 시험을 보고 방학 숙제까지 낼 정도로 혹독하다. 1학년 때부터 이 같이 단련시킨 결과 이 학과(정원 30명)는 해마다 5∼6명, 많게는 15명 이상 임용고시 합격생을 배출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교사 임용교시 합격이나 취업이나 모두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청년 실업이 심각할 땐 더 그렇지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할 뿐입니다."
표 교수는 매사에 부지런하다. 10여년째 산행을 즐기는 그는 산악인들 사이에서 백두대간 안내문으로 유명하다. 3차례 백두대간을 종주한 그는 길을 잃기 쉬운 산 곳곳에 탈출로와 식수 정보 등을 담은 안내문을 코팅해 걸어 놓았다. 또 전공을 살려 특이한 고개 이름이나 계곡 이름 등은 직접 그 유래와 말뜻을 찾아 설명문을 근처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그가 백두대간 곳곳에 붙여 놓은 안내문은 150여개나 된다.
일부 산악인은 안내문의 '목원대 국어교육과 표언복'이라는 이름을 보고 학생으로 착각해 인터넷에 "백두대간을 다녀 보면 여기 저기 친절하게 안내문을 걸어 놓은 목원대 학생이 있는데 틀림없이 공부도 잘할 것이고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학생"이라고 칭찬하는 산행기를 띄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전=글·사진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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