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번지 충무로에 또 하나의 걸출한 영화 명소가 생겨났다. 이름하여 '오! 재미동(Oh! ZeMi-Dong)'. 다섯 가지 재미있는 공간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뜻의 '오! 재미동'은 이름만큼이나 특이하게 지하철역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종합영상센터다. 지난 2002년 서울시가 4호선 충무로 역 안에 설립해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위탁, '활력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오던 것을 지난달 17일부터 서울영상위원회가 이어받아 시민들을 위한 '영화 놀이터'로 재개관했다.여기가 '시네마 천국'
충무로역 지하1층 통로 한 켠에 자리잡은 100여 평 규모의 이 영상센터는 통유리와 거울로 만화경처럼 꾸민 외벽에 나붙은 알록달록한 포스터부터가 눈길을 잡아끈다.
지나가던 승객 열에 아홉은 발걸음을 멈추고 유리벽 안을 들여다볼 정도. 뱀 모양의 기다란 쿠션 위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사람들이 책과 잡지를 보고 있기도 하고, 그 옆으로는 컴퓨터와 TV 모니터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루 수백명이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받고있는 '오! 재미동'은 이전의 '활력연구소'가 단편·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디자인·사진 등 시각예술 전반을 다뤘던 것과 달리 170여 편에 달하는 장편영화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수민 운영팀장은 "이곳에선 흔히 만나기 어려운 작가주의 영화나 일주일도 안 돼 막을 내린 '저주받은 걸작'들도 쉽게 볼 수 있다"며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희귀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까지 갖추고 있는 생활 속 '시네마 천국'"이라고 말했다.
'네 멋대로 해봐라'
도서관인 재미1동은 영화서적을 비롯해 광고·미술잡지까지 각종 영상물 관련 서적들을 모아놓은 곳. 명실상부한 영화마당으로 만들기 위해 재개관과 동시에 국내외 영화잡지 10종도 새로 들여놓았다.
재미2동은 비디오방이다. 구비된 영화 중 하나를 골라 헤드폰을 들고 암실로 들어가면 양쪽 면에 모니터가 설치된 큰 북 모양의 TV 3대가 세워져 있다. 푹신한 쿠션 위에 누워 뒹굴면서 봐도 좋고, 샌드위치 같이 간단한 음식물을 먹으며 봐도 된다.
재미3동은 편집실로 영상편집 장비가 갖춰져 있으며, 일반인들을 위해 영화 촬영과 편집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재미극장이라고 이름 붙은 4동은 50석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월별 테마에 맞춘 특별상영전으로 영화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특별 상영전이 없을 때는 동호회 등에 대관도 해주며, 4월부터는 12시 30∼50분까지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단편극장'도 마련된다.
재미5동은 마루라는 이름에 걸맞게 둥그런 평상이 여러 개 놓인 열린 공간으로 꾸며졌다. 충무로역이 집으로 가는 환승역이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들른다는 대학생 황슬기(20)씨는 "오며가며 안방같이 편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어 일상에 큰 활력소가 된다"면서 "지하철을 교통수단으로만 아는 분들에게 이곳을 '강추'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용시간 오전11시∼오후8시(월요일은 휴관). www.ohzemidong.co.kr (02)2273-2392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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