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세상을 비웃듯 꽃피는 봄이 어김없이 우리를 반긴다. 말끔하게 대청소를 하고 묵은 침대 커버와 커튼을 걷어내자. 하지만 어쩐지 봄 내음이 모자란다. 예쁜 꽃 몇 다발로 집안으로 봄을 부르는 방법이 있다.식탁 위, 텔레비전 옆 등 인테리어의 사각지대에 꽃 장식을 살짝 얹으면 집안 분위기가 훨씬 화사해진다. 꽃 값이 비싸다고? 손재주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없다. 흔히 보아온 꽃 1만원 어치만 사다 잘 손질하면 어느 인테리어 소품보다 빼어난 장식을 만들 수 있다.
봄을 맞아 더욱 분주해진 플라워 스튜디오 ‘소호앤노호’의 박은민 플라워팀장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꽃 장식 네 가지를 제안했다. 아이와 함께 가까운 꽃가게를 찾아 생화를 한아름 준비해 칙칙한 집안에 파스텔 빛 포인트를 주자.
향기가 집안 가득, 알뿌리 식물
수선화, 히아신스 등 알뿌리 식물은 쉽게 구할 수 있고 향기도 좋다는 이유로 봄철 집 단장을 위한 단골 식물로 인기다. 수명이 길어야 한 달 정도로 짧은 편이지만 한 개 가격이 1,500원 정도로 저렴하고 물만 주면 쑥쑥 잘 자라 쉽게 기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레이프 히아신스’라고도 불리는 ‘무스카리’ 2~3개를 준비한다. 무스카리는 알뿌리 식물 중 꽃대가 작은 편이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꽃대도 계속 올라와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
알뿌리 식물은 물에 담아 파는 것과 흙에 심겨진 것 두 종류가 있는데 흙에 있는 것을 구입한다. 포트(potㆍ식물이 담긴 용기)에서 무스카리 뿌리를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빼내 화분이나 못쓰는 그릇에 가지런히 담고 흙 위를 이끼로 덮는다. 흰 조약돌 몇 개를 얹어 마무리한다.
알뿌리 식물은 원래 진흙에서 살기 때문에 용기의 물이 잘 빠지지 않아도 상관 없다. 매일 물을 듬뿍 줘야 꽃대가 잘 올라온다.
맑은 흰색에 분홍 빛 포인트
투명한 유리 볼(bowl)은 꽃을 대충 꽂아만 두어도 세련된 느낌이 나는 좋은 인테리어 소재다. 희고 작은 꽃인 ‘코아니’ 2~3단을 준비한 후 꽃 부분만 올라올 정도로 짧게 자르고 초록빛 원예용 철사로 줄기 아래 부분을 묶어 고정한다. 유리 볼의 3분의2 정도 물을 담고 코아니를 꽂는다. 깨끗한 분위기가 좋다면 이대로도 좋다.
조금 더 화사하고 활기찬 느낌을 위해 진한 분홍 꽃으로 포인트를 준다. 줄기가 자연스럽게 구부러진 너넌큘러스가 제격이다. 분홍빛 너넌큘러스 약 10송이를 코아니 사이사이 꽂아 완성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물을 갈아주어야 꽃이 싱싱하게 오래 간다.
신부를 연상시키는 부케형 화분
들에서 꺾은 것 같은 자연스러운 꽃다발이 오히려 세련돼 보일 때가 있다. 비슷한 색상의 꽃 여러 종류를 모아 부케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꽃 장식을 만들어보자.
직경이 15~20㎝ 정도인 도자기형 화분에 오아시스를 넣는다. 오아시스는 화분 높이와 크기에 맞추되 물에 억지로 가라앉혀 적시면 겉만 젖으므로 5~10분 정도 물에 띄워두고 기다리자. 속까지 물이 스며 촉촉해진다.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연분홍 장미 여섯 송이와 진보라빛 라시안샤스, 연보라색 후리지아, 하늘색 옥시 약간씩을 준비한다. 포인트로 쓸 선담쟁이 열매와 초록빛 원예 소재인 유카리를 더하면 꽃다발이 훨씬 풍성해보인다. 동네 꽃집에서 찾기 어려운 꽃이나 소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 시장,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상가, 남대문 꽃시장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오아시스에 장미 여섯 송이를 서로 일정한 간격으로 둘러 꽂는다. 장미 사이사이에 큰 꽃부터 차례로 꽂는다. 꽃의 높이가 화분의 높이를 넘지 않게 하고 어디서 보아도 같은 모습이 보이게 하는 것이 포인트. 전체 모양을 동그랗게 가다듬고 선담쟁이 열매와 유카리를 사이사이 꽂아 마무리한다.
상큼한 봄빛의 노랑 꽃다발
둥글고 큰 유리 볼 안쪽에 굵은 줄기 모양의 꽃 장식 소재인 ‘곱슬’을 두세 번 두른 후 3분의 2정도 물을 채운다. 곱슬은 굵기가 다른 줄기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리는 효과를 갖는다.
레몬색 장미, 초록색 리시안시스, 조팝, 탑사철, 유스카스 같이 자잘한 꽃들을 적당히 섞어 볼에 꽂는다. 꽃의 얼굴이 큰 것을 아래쪽에 배치하고 꽃잎이 예쁜 것은 조금 위로 뽑아 튀어나오게 하면 보기 좋다.
작은 꽃들로 가득찬 볼에 짙은 노랑색 너넌큘러스 약 10송이를 포인트로 꽂는다. 전체 높이가 볼의 두 배 이상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매일 물을 갈아 주면 물이 탁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꽃도 오래간다.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글·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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