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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이중장애 외삼촌의 칠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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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이중장애 외삼촌의 칠순잔치

입력
200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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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외삼촌 칠순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경기 일산으로 향했다. 아들이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창 밖 풍경을 내다보면서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외삼촌은 이제 칠순을 넘겼고 병석에 누워 있다. 그 분은 선천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젊은 시절에 우리 집에서 숙식했는데 내 손바닥에 글을 써서 의사를 표시하곤 했다. 당시 구두 공장에 근무하던 외삼촌은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손수 구두를 만들어 선물했다. 아, 윤이 반짝반짝 나는 검정색 구두!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외삼촌은 또 월급날만 되면 어김없이 맛있는 생과자를 사다 주었다. 때로는 부모님 몰래 용돈으로 쓰라며 빳빳한 1,000원짜리 지폐를 건네주곤 했다.

비록 말씀을 못하고 듣지도 못하시지만 항상 밝은 미소를 갖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삼촌이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나는 외삼촌과 같이 지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히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외삼촌에게 깊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외삼촌은 생계를 위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노동을 했다. 이중의 장애에 변변한 학력이나 지식도 없는 그 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정직과 성실이었다. 외삼촌은 쏟아지는 차별을 묵묵히 견뎌냈다. 나는 그 분이 때로 하늘을 향해 허탈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았는데 마음 속의 울분을 해소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외삼촌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외삼촌이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거동이 불편하다. 외삼촌은 이제 집에서 쉬고 있다.

일산의 칠순 잔치 뷔페식당에서 외삼촌에게 절을 하면서 나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일반인도 온갖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하는 세상이다. 외삼촌을 생각하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외삼촌의 두 아들은 은행원과 기술자로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나는 두 아들이 부친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기보다는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남들에게도 당당히 밝히기를 당부하고 싶다. 외삼촌, 건강과 행복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skyho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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