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탄핵 사태 등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18일 현재 2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속 순매수 신기록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개별 우량 종목에 대한 투자 성격이 강한 만큼 '모방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누적 순매수액도 역대 2위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닥에서 251억원을 순매수, 지난달 6일부터 29일째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는 1998년 1월7일∼3월3일까지 54일간과 2001년9월27일∼11월15일까지 33일간에 이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98년 기록은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코스닥시장을 개방한 뒤 작성된 것으로 엄밀히 따져 기록의 의미가 반감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누적 순매수액도 4,616억원으로 2000년1월17일부터 20일 동안 8,895억원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미국 나스닥의 폭락과 대통령 탄핵 결정 등 각종 악재의 와중에서도 꺾이지 않은 점에 시장은 더욱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뒤 15, 16일 이틀간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1,800억원을 순매도했으나 코스닥에서는 오히려 16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의 외국인 매수세가 더욱 안정적이라는 설명도 가능한 대목이다.
실적 좋은 우량주 중심 매수
코스닥에서 외국인들의 매수 성향은 거래소와 판이하다. 거래소에서 삼성전자, 포스코 등 초우량 대형주에 매수가 집중된 반면 코스닥에서는 업종 보다는 실적과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을 골고루 사는 경향을 보였다.
외국인의 최고 선호 종목은 NHN으로 누적순매수액이 17일 현재 1,118억원에 달한다. 이어 레인콤(463억원), KTF(334억원), 탑엔지니어링(321억원), 유일전자(200억원), 엠텍비젼(198억원) 등 순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이들 종목의 주가 등락은 엇갈렸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NHN과 탑엔지니어링이 각각 15.08%와 18.38%로 비교적 높았지만 레인콤과 다음은 각각 11.8%와 5.25% 하락했다.
거래소 '꿩' 대신 코스닥 '닭'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를 시장에 대한 매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거래소는 외국인들의 매매에 종합주가지수가 연동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코스닥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 순매수가 시작된 지난달 6일 437.41이었지만, 연속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이날 435.41로 1.89포인트 하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거래소시장에 집중하고 코스닥에서는 벤처의 우량종목을 골라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거래소의 초우량주를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 꿩 대신 닭 격으로 코스닥 종목을 대타로 사들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초우량주에 대한 매집으로 가격이 높아져 최근 외국인의 이들에 대한 매수세가 위축됐다"며 "외국인들이 랠리에서 소외된 우량주로 관심을 돌리면서 코스닥 우량주들도 함께 사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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