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열차폭파 테러 여파로 우리도 테러경보가 발령됐다. 정부는 고건 권한대행의 강력한 지시로 4월1일 개통을 앞둔 고속철 보호를 비롯한 테러대비책을 긴급히 마련했다. 탄핵사태로 어수선한 국정수습을 책임진 위기관리정부로서는 엄청난 혼란을 더할 테러 가능성에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스페인의 테러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적 행보가 국제화한 마당에 국제테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스페인 테러가 이라크파병에 대한 알 카에다의 보복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라 영국 호주 등 파병국이 다음 표적이 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파병을 앞둔 우리로서는 한층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스페인 테러에 놀라 오로지 테러대책에 힘을 쏟는 것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를 흐릴 수 있다. 스페인 테러는 총선을 앞두고 발생했고, 그 총선에서 이라크 파병군 철수를 공약한 야당이 승리한 때문에 국제적 이슈로 커졌다. 스페인은 물론이고 다른 파병국으로 철군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하지만 당초 바스크 독립투쟁단체 ETA의 소행으로 추정된 열차테러가 알 카에다의 소행이란 미확인 정보와 보도가 이어지면서, 스페인 테러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확인시킨 것처럼 몰고 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테러는 원래 성격과 배후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다. 따라서 우선은 겉으로 나타난 위험에 대비할 수밖에 없지만, 테러 대비에만 매달리다 보면 전쟁과 파병의 정당성 문제는 잊고 넘어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특히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우리 처지에서는 맹목적인 불안감만 높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 안팎 문제를 올바로 보고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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