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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편파 방송과 편파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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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편파 방송과 편파 방송인

입력
200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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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방송' 논쟁이 한창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KBS, MBC의 탄핵 관련 방송이 편파적이었으며, 이렇게 해서 여론이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탄핵 방송의 편파성 여부는 방송위원회에서 24일 결론이 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법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편파 방송인은 어떤가. 지난달 문성근씨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방송인의 윤리성이 크게 문제가 됐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하루 아침에 입당함으로써 KBS 윤리강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본업에 전념하겠다"던 그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이었나를 두고 논란도 일었다. 그는 입당함으로써, 그가 방송을 이용했다는 반대파의 주장에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그는 KBS1 '인물 현대사'를 진행하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비난을 퍼부은 적은 없다. 그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책임을 저버렸다는 '도의적' 비난은 가능하지만, 구체적 '탄핵' 거리를 찾을 수는 없다.18일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전여옥(사진 왼쪽)씨의 경우는 다르다. 신문 칼럼니스트로서 전씨는 '대통령 물러나라'는 말의 최초 발설자 그룹에 속하며, 이후 그의 발언은 그칠 줄 몰랐다. 칼럼이 다양한 의견 표출의 장이라는 점을 인정하면, 그의 발언은 존중 받을 이유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 직후인 12일 밤 SBS 토론회 '이것이 여론이다'에서의 모습은 입당과 당직 제의를 받은 사람이 '민간인'을 자처해 논리를 전개한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생각을 품게 만든다. '(주)인류사회 대표'란 직함으로 출연한 그는 첫머리에서 "보통 시민의 입장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5년을 기다리려 했지만,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니 1년을 기다린 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요지였다. 이에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일반 시민으로서의 전여옥씨의 주장에 답한다"며 그의 말을 받았다.

전씨는 방송 초반에 "국민은" "국민들은"이라는 말을 많게는 한 문장에 네 번이나 사용했다. 김재홍 경기대 교수와 유 의원은 그의 '국민' 발언에 시비를 걸었다. 전씨는 이날도 매우 자극적이고 인상적인 수사를 동원했고, '미숙아' '인큐베이터' 등 그의 발언은 방송 직후 극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전씨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 이미 한나라당으로부터 대변인을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 '일반 시민'의 입장은 아니다. SBS가 전씨를 탄핵 찬성자의 입장으로 패널로 선정한 것은 사실이나, 전씨는 자신의 탄핵 찬성의 논지를 '국민의 한 사람' '보통 시민'으로서 전개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정치적 편견이 없다, 혹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전씨는 자신의 정치적 정황으로 미뤄볼 때 방송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고, 나갔다면 '일반 시민의 한사람'이라는 말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일반 시민인 동시에 한나라당 대변인 제의를 받은 사람'은 '일반 시민'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진실의 반을 말하는 것은 거짓에 더 가깝다.

권력자들이 늘 방송이 자신의 편이길 원하는 것은 방송의 힘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시사 프로그램은 진행자 뿐 아니라 패널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따른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속내를 100% '커밍아웃'하지는 못해도, 거짓 논리를 적극적으로 구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편파 방송이 존재하지 않으려면, 편파 방송인부터 걸러져야 한다.

/박은주 문화부 차장대우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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