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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김영진과 극장가기- '송환' 등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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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김영진과 극장가기- '송환' 등 3편

입력
200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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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할 때는 누군가가 우리의 뒷덜미를 끌어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만드는 반성을 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김동원의 다큐멘터리 ‘송환’은 이 가공할 속도전의 시대에 미련할 만큼 느리고 참을성 있는 시선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금기된 주제인 미전향 장기수의 삶을 다루면서 이제까지 공식 기록에서 누락됐던 그들의 삶을 관찰하지만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는다.김동원의 카메라는 계속 미묘하게 망설인다. 영화가 한창 진행되고 결말이 다가와도 태생적으로 자유주의자인 김동원과 여러 장기수 할아버지들과의 이념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지는 않다. 김동원은 조심스럽게 남한의 보수 언론이 퍼뜨리는 북한 체제에 대한 혐오에 대한 거부감을 비치는 것 외에도 완강한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신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당혹감도 내비친다. 차분하게 영화 속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삶을 응시하는 이 영화는 인간의 얼굴과 체제의 이념을 동시에 비춰 보인다.

이런 태도는 눈물을 자극하는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김선명 할아버지가 아기처럼 몸이 쪼그라든 노모와 극적으로 해후하는 장면은 숱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이지만 이 영화는 그 장면 다음에 결국 가족들이 김선명 할아버지를 거부하고 비난하는 상황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송환’은 우리가 속 편하게 감동하고 눈물 지은 다음에 남는 것이 결국 함께 웃는 얼굴로 대화하지 못하게 막는 그 오랜 불신과 증오의 벽이라는 걸 가리킨다. 그 벽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과거의 이념으로 현재의 질서를 재단하고 우리를 이웃으로 만드는 것을 막고 있다. 거창하게 이념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와 반목과 증오와 대립이 완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것이 실은 상식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 하더라도 꼭 재미를 보증하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주현, 박영규, 송재호, 양택조, 선우용녀, 김무생, 진희경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스크린에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노인들의 사랑과 고독, 사랑스러운 해프닝을 연출해 보인다. 베테랑 연기자들이 담아내는 삶의 주름과 깊이, 그런 것들에 일희일비하고 결국 돌아설 때 개운한 여운을 남기게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앙상블 드라마가 얼마나 오르기 힘든 고지인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개개의 장면의 밀도는 나무랄 데 없으나 전체적으로 쭉 밀고 올라가 불꽃이 튀는 감정의 절정을 느낄 여유가 부족하다. 상차림이 화려하지만 다양한 반찬의 맛에 취하다 결국 밥맛이 무엇이었는지 잊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단점을 접고도 배우들의 친숙하고 안정된 연기에 힘입어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매우 축하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중견 배우들을 내세워 노인들의 삶을 바라본 것은 모험이고 이것이 의도만큼 결실이 크면 한국 영화 전체 지형에 만만치 않은 긍정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유명한 마이크 뉴웰이 연출하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모나리자 스마일’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이상주의자 교수의 삶을 다룬다. 여성판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할까.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가 돋보이지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벌어지는 상황이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게 만인을 감복시키는 수단이기는 하겠지만 공자님 말씀의 실천과 재미난 연애를 오가는 게 우리 인생이라고 알려주는 수준에서는 더 나아가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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