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인 업무를 많이 하는 회사원 이우식(31·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씨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인상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의 비결은 화장. 세수할 땐 비누대신 남성전용 폼 클렌져를 사용하고, 피지 때문에 얼굴이 번들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모공전용 에센스를 쓴다. 중요한 회의나 프리젠테이션이 있는 날은 파우더를 이용해 울긋불긋한 피부톤을 조절한다. 자기 전에는 에센스와 검은 얼굴색을 커버하기 위한 미백전용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고 잔다. 남자의 외모도 중요한 경쟁력이 된 시대에 이씨와 같이 화장에 신경 쓰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업체들도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피부 미용강좌를 여는 등 남성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주)태평양에 따르면 2002년 3,100억원이던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8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4,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면접·프리젠테이션 등에서 남성의 외모가 중요시 되면서, 화장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 또 여성들 사이에서 과거의 거친 남성보다는 메트로 섹슈얼한 이미지의 남성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트로 섹슈얼이란 대도시에 살며 나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여성스러운 면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현대 남성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나 일본 프로축구에서 활약중인 안정환 선수를 들 수 있다.
요즘 남성 화장품 시장에는 면도용이나 단순한 스킨 제품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미백, 클렌징, 컬러로션 등 기능성 제품이 증가하고 있다. 미백 제품은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생성된 멜라닌을 제거해 검은 피부색을 일정 정도 밝은 색으로 바꿔준다. 대표적인 미백 제품으로는 LG생활건강의 '보닌 화이트 스킨'(135㎖ 2만5,000원), 소망화장품의 '에소르 화이트'(스킨·로션 세트 5만원선) 등이 있고, 태평양에서는 '미래파 토털 클리어 에센스'를 내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여성들이 화장을 지울 때 쓰는 클렌징 제품은 대기오염 등으로 노폐물이 피부 깊숙이 침투한 남성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태평양 '미래파 클렌징폼'(1만원선) 소망화장품 '꽃을 든 남자 훼이셜 폼 포맨'(5,000원선) 코리아나 '디벨로 EX폼워시'(1만2,000원선) 비오템 '이드라 데톡스 옴므 클렌져'(3만원선) 등이 있다. 컬러로션은 잡티, 흉터, 여드름 자국 등 피부결점을 티 나지 않게 감춰주는 것으로 LG생활건강 '보닌 화이트 커버로션'(80㎖ 2만7,000원) 보브 '투썸 컬러로션'(1만2,000원선) 과일나라 '도무스 컬러로션'(1만2,000원선) 등이 나와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화장품 업체들의 남성 대상 마케팅도 확대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해 말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남성 회원과 남성잡지 GQ의 독자를 대상으로 실습위주의 뷰티 클래스를 열었다. 이 달 말에도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빌딩 피트니스 센터 남성 회원들을 대상으로 5일간 피부 테스트 및 관리에 관한 상담을 실시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달 17일 서울 압구정동 한 레스토랑에서 20∼30대 전문직 남성들을 상대로 '남성 뷰티클래스'를 열었다. 이 달 마지막 주에는 15여명의 예비 신랑을 모아 서울 청담동 드봉 뷰티센터에서 피부관리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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