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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선택 4·15-총선 민심탐방](3) 광주·전남북·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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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선택 4·15-총선 민심탐방](3) 광주·전남북·제주

입력
200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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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버스종합터미널 대합실.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아들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60대 촌로가 TV 뉴스를 보면서 대뜸 소리를 높였다. "아따 징허네 그놈의 탄핵인가 머신가, 근디 인자 민주당은 끝나부렀네."이어 이를 지켜보던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긍께 말이요, 하도 정치에 신물나서 나는 집에서 테레비 뉴스도 안보요마는 나라가 이래 갖고 쓰겄소. 이참(총선)에 전부 가라 부러야 돼라우"라고 되받았다. 즉석 총선 토론회는 한동안 지속됐다. 농자재를 구입하러 온 서정민(45·전남 나주시)씨는 "국민들이야 죽든지 말든지 지기들 살라고 싸움질만하고 있는 정신없는 X들은 이번에 싹쓸부러야제라우"라고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의 '텃밭'이자 '노풍(盧風)'의 근원지인 호남. 탄핵의 후폭풍은 이곳의 표심과 민심도 뒤흔들어놓고 있다. 후폭풍 뒤의 흔적은 "이젠 민주당도 싫고, 노무현도 싫다, 그럼 대안은 뭐냐"는 정도로 축약된다.

광주 "그쪽 외엔 대안이 없잖아요"

"썩을 XX들. 이번 기회에 전부 갈아치워부러야 된당께." 빈 소주잔을 식탁에 내리치며 넋두리를 하던 강모(67)씨에게 "누굴 갈아치워야 하느냐"고 묻자, 버럭 화를 내며 쏘아붙인다. "젊은 사람이 그것도 몰라?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노무현하고, (국회)의원 X들이지"

16일 낮 광주 동구 옛 시청 사거리 D식당. 점심시간인데도 20여평 남짓한 식당은 '쌍시옷 문자'를 내뱉으며 정치권을 비난하는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민초들의 대화 속에는 탄핵안 가결 이후 광주 민심도 꼬일 대로 꼬여 있음이 그대로 묻어났다.

거리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싸늘했고, 행인들은 총선 얘기를 꺼내면 민주당과 노 대통령에 대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탄핵 역풍이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는 바닥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한 게 뭐 있습니까. 나라는 파국으로 몰아 넣으면서도 총선 표 계산이나 하고 있으니…." 충장로에서 만난 회사원 주정훈(36)씨는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을 보는 거리민심은 어떤 것일까. "딱히 대안이 없지 않느냐" "민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찍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택시기사 박원기(54)씨는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찍었지만 이제 정말 싫어졌다"며 "결코 우리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에 비해 덜 싫어서 찍을 것"이라고 했다.

전남, 지역별 미묘한 차이 드러내

"탄핵에 전남지사 탈당에 정신 사나워서 살것소. 나중에 똑똑한 사람 나오면 찍을라우." 전남 목포시 무안동 차없는거리에서 만난 최덕암(71)씨는 "탄핵은 노 대통령의 가벼운 입에서 나온 것"이라며 "민주당도 싫고 열린우리당도 싫어 인물보고 찍겠다"고 털어 놓았다.

전남지역의 표심도 탄핵정국과 박태영 전남지사와 무안·강진군수의 탈당에 이은 우리당 입당 등으로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는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와 무안 등 서남부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민주당 지지 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신안군 하의도 주민 김성일(68)씨는 "후보가 미덥지 않아도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의미있는 웃음을 보였다.

반면 동부지역 여론은 탄핵 후폭풍의 영향이 확연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호남 홀대론' 등으로 비판적이던 주민들도 우리당으로 돌아선 분위기가 뚜렷하다. 여수시 어항단지에서 만난 회사원 이문성(37)씨는 "젊은층 위주로 이번에 싹 갈아치우자는 여론이 대세"라며 "대형 이슈가 등장하지 않은 이상 민주당 참패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도지부 관계자는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일시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부동의 지지층이 많아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판세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북, '노 동정론, 전북인물론' 확산

"가뜩이나 어려운 여건인디 이제 민주당은 죽쑤었당게요." 총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 전북도지부 간부는 긴 한숨만 내쉬었다.

그의 한숨처럼 전북지역의 표심은 탄핵안 가결 이후 전남에 비해 더 바짝 열린우리당쪽으로 쏠리고 있다. '노무현 동정론'과 정동영 우리당 의장을 겨냥한 '전북 인물 키우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전주 남문시장에 온 주부 송완순(43)씨는 "일단 대통령을 뽑았으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안 허것소"라며 열린우리당 지지의사를 밝혔다.

다만 민주당 텃밭이었던 탓에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민주당원 오모(45)씨는 "정 의장이 전주를 떠나 비례대표로 출마한다기에 내심 반겼는데, 강 지사 탈당과 탄핵 역풍으로 민주당이 힘들게 됐다"며 "그래도 골수 민주당 지지자가 많으니까 열심히 해야제"라고 말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농부 이세웅(53)씨는 "노 대통령이 야당을 계속 자극해 일이 저리 되었는디. 욕은 민주당이 몽땅 뒤집어 쓴게로 가심이 아프구만요"라고 민주당 지지를 나타냈다.

제주 "우리당 상승, 끝에 봐야죠"

"선거하면 뭐합니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판에…." "정당보다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후보를 찍을 겁니다."

제주시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양모(59)씨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의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오윤삼(44·남제주군)씨는 "제주는 원래 대선에서는 민주, 총선에서는 한나라가 전통적으로 강했는데 탄핵정국 이후 열린우리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한나라당이 늘 우세했던 제주에서도 열린우리당 지지도 상승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탄핵 이후 손님중에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헌데 그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요." 서귀포에서 토산품점을 운영하는 서모(32)씨는 이렇게 귀띔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제주=김재하기자 jaehakim@hk.co.kr

'민주당 급락, 열린우리당 급등….' 광주·전남 총선 민심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기점으로 요동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정당별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추락하고 있는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급상승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광주일보와 KBC광주방송이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실시한 '노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긴급 여론 조사'에서 '다음달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우리당 지지 응답자가 43.6%에 달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18.9%에 그쳤다. 이는 지난달 25일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열린우리당 25.9%, 민주당 23.5%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무등일보와 광주MBC·여수MBC가 공동으로 13·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당별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47.6%, 민주당 12.4% 등으로 두 당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탄핵안 가결 전까지 23∼30%대의 지지도를 유지하던 민주당이 10%대로 내려 앉으면서 민주당 이탈자들이 열린우리당으로 쏠리고, 특히 50∼60대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추락은 탄핵 정국 이후 일시적인 것으로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당은 "탄핵 돌풍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바꿔' 여론까지 가세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며 고삐를 죄고 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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