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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쌀쌀 설마했는데" 수도권 野후보들 "유권자 만나기 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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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쌀쌀 설마했는데" 수도권 野후보들 "유권자 만나기 겁나"

입력
200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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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보자 명함 배포가 가능해진 15일. 경기 지역에 출마하는 한 한나라당 후보는 기대감 속에 시장통을 찾았다가 된통 봉변만 당했다. 시장 상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명함을 휙 던져버리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다른 상인에게 말을 붙여봤다. "한나라당? 됐어요." 차갑다 못해 살기 담긴 반응이 돌아왔다.탄핵정국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 특히 수도권에 나서는 후보라면 한 번쯤 경험한 일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유권자 반응이 이 지경이다 보니 야당 후보들은 아예 '패닉' 상태다.

수원의 한 한나라당 후보도 열린우리당 후보와 박빙을 보인 지지율 조사 결과를 최근 받아 들고 아연실색했다. 많게는 두 배까지 앞서던 지지율이었다. 그나마 이 경우는 낫다. 당초 접전을 벌였던 지역은 2배, 뒤지던 지역은 3배 이상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고, 후보들은 "아예 운동을 포기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쉰다.

한나라당 김용수(고양 덕양 갑) 후보는 "거대한 벽 앞에 서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핵폭탄이 떨어졌다"고도 했다. 민주당 K후보도 "며칠 전까지도 살갑게 손을 내밀던 유권자들이 쌀쌀 맞게 손을 거둘 때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한나라당의 수원 지역 N후보는 "후원인들로부터 탈퇴하겠다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며 울상이다. 서울 지역 한 후보는 "운동원도 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다간 전멸'이란 말이 엄살이 아닌 상황이다. 그래서 아예 선거운동은 엄두조차 내지 않고 꼼짝 않는 후보들이 상당수다. 의정부 지역 한 야당 후보는 "돌아다녀 보았자 욕만 얻어먹으니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응 방향도 제각각이다. 한나라당 박종운(부천 오정) 후보는 유권자를 만날 때면 "마음이 무겁습니다"란 말로 아예 선수를 친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공격적 홍보를 선언한 야당 후보도 많다.

한나라당 안상수(과천 의왕) 의원은 17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헌법준수 약속을 전제로 한 탄핵소추 철회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내에서 반발하고 지도부도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자 안 의원이 지도부를 찾아 사과, 없던 일이 됐지만 수도권 야당 후보들의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특히 "엉뚱하게 뒤집어썼다"고 생각하는 원외 후보들은 지도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등 좌불안석이다. 민주당 수도권 공천자 14명이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해 총선을 지휘하도록 하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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