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외국인 행장들이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종종 뜻밖의 벽에 부딪히며 곤욕을 겪고 있다.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고객들을 상대로 배포할 4월 사외보 제작을 앞두고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빠졌다. 기업 사외보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기간행물발행법에 따라 로버트 팰런 행장처럼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발행인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받은 탓이다. 사외보 발행인을 국내 임원으로 바꿀 경우 복잡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랴부랴 '사보편집기획사'로 발행인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서울시청과 문화관광부의 설명은 "정기간행물의 발행인은 내용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내국인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CEO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이 시대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업적인 목적의 신문이 아닌 사외보 등의 경우에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최근 헌혈 때문에 수난을 겪었다. 2월 중순 임직원들과 함께 '사랑의 헌혈 행사'에 참여하려다 외국인의 경우 식습관과 체질이 달라 피를 한국인에게 수혈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