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식수 펌프도 가동하지 못할 정도여서 북한 어린이들은 여전히 죽음에 노출된 상태입니다."캐롤 벨라미(62)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총재는 1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3∼15일 북한을 둘러본 소회를 전했다. 북한의 탁아소와 보건소, 병원을 둘러보고 유니세프 구호물품 배급 실태를 살펴본 벨라미 총재의 소감은 한마디로 "북한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유니세프는 1985년부터 북한에 의약품과 학용품 등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벨라미 총재는 "97년 처음 방문했을 때 북한 아동의 예방접종률이 35%였는데 지금은 80%까지 올라가 많이 개선됐고 영양실조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병원, 학교, 물품창고 등 시설과 어린이들에 대한 접근이 지난번 방북 때보다 상당히 자유로웠고 구호 프로젝트 점검도 쉬워졌다"며 "경제개혁이 진행되면서 길거리에 간이상점도 많이 보였고 다른 구호단체 사람들도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열악한 북한 사정에 대한 안타까움도 풀어 놓았다. "여전히 많은 어린이들이 식수 문제와 위생 불량 때문에 설사, 기관지 질환 등에 걸리고 있습니다. 겨울인데도 학교에 난방이 거의 안되고 있고 전력난 때문에 상수도, 보건, 산업생산이 제약을 받고 있어요. 이 때문에 주민들의 건강과 구매력은 악화되고 있지요."
그는 특히 "병원에서도 깨끗한 식수를 찾기 힘들고 먹는 물에 이상한 물질이 떠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벨라미 총재는 방북 기간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보건상, 교육성 부상 등 고위 관계자도 만났다. "북한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국제 구호기구에 협조적으로 변했고 앞으로도 북한 정부 기관과 깨끗한 식수 공급, 어린이 건강 문제, 교육 등에 대해 논의키로 했습니다. 특히 유니세프는 올해부터 북한의 교사 훈련에 관여할 수 있게 됐으며 여성동맹을 비롯해 북한 정부와 협조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벨라미 총재는 또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의약품이 군 부대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지원 물품에 대한 분배 감시가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졌으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잘 통제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인인 벨라미 총재는 78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시의회 의장을 맡았으며 미 평화봉사단장으로 일하다 95년 유니세프 총재가 됐다. 그는 이날 정세현 통일부 장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고 18일 출국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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