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는 대만―중국관계(양안관계)의 성격 문제가 처음으로 핵심 이슈가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 의미를 갖는다. 대만이 중국과 별개의 독립국가인지, 아니면 일시 분리된 상태인지에 대해 선거결과가 답을 내려주게 된다.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대만은 독립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 롄잔(連戰) 후보는 "양안관계는 일시 분리상태로 통일이 목표지만 현실적으로는 독립도 통일도 아닌 현상유지가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선거에서 천 총통이 승리한다면 대만은 분리독립 색채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 반면 롄 후보가 이긴다면 대만은 중국과 한 나라이며 궁극적으로는 통일돼야 하는 존재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천 총통이 재집권한다면 중국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대만의 분리주의는 장기적으로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운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도 양안관계의 풍파를 일으킬 분리독립은 바라지 않는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각각 30% 정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약 40%에 이르는 부동층의 향배가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독립과 통일이 선거 이슈로 떠오른 데는 대만의 역사와 국제적 현실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민진당을 지지하는 독립세력은 경제수준과는 딴판인 대만의 열악한 국제적 지위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에 의해 국제사회 진출이 봉쇄돼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독립선포만이 대만의 활로라고 강조한다.
반면, 현상유지(또는 통일) 세력은 분리독립주의를 양안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비현실적 모험주의라고 주장하며 천 총통이 재집권을 위해 의도적으로 분리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독립과 통일이 주요 이슈로 등장한 데는 대만의 민주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만 주민은 1949년 국·공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이 이주하기 전부터 살아온 토박이(본성인)가 인구의 약 90%를 차지한다. 반면 국민당 이주세력(외성인)과 그 후손은 약 8%에 불과하다.
국민당의 독재에 눌려있던 본성인들은 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 운동으로 세력을 강화해 2000년 마침내 반세기 만에 민진당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이번 선거에서 독립이 이슈로 부상했다는 것은 본성인 세력이 천 총통 집권 4년간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대만 독립 목소리가 민주화 성과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결과에 관계없이 양안관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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