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때 국회의견을 듣도록 하는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고건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정부 안팎에서 논란되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의 시험대로 떠오른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고건 대행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국회가 견제수단을 갖는 것이 헌법원리에 비춰 옳으냐의 본질적 논란을 떠나, 권한대행으로서는 대통령 고유권한이 걸린 사안은 현상유지를 꾀하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부합할 것이다.물론 특별사면권 제한은 상당한 명분이 있다. 왕권지배 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마저 있는 특별사면권을 정치적 고려에 따라 남용, 이를테면 비리 정치인을 무더기 사면해 사법정의를 해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다른 한편, 법무부 장관이 위헌 요소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도 명분이 있다. 사면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제약이라면 몰라도, 국회가 개별사안마다 대통령 고유권한을 제약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지금 이런 본질적 논란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치 않다. 고건 대행이 백지상태 검토를 언급한 것은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고려할 것은 대통령 고유권한을 제약하는 법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중대한 현상변경을 막아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본분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26일까지 공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개정법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야당도 이 문제를 국회와 대통령의 견제와 균형 등의 원론적 차원에서 논란하고 집착할 일은 아니다. 권한대행 정부와 원만한 협조관계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대행체제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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