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6일 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규탄 촛불시위에서 문화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이 발견되지 않아 향후에도 시위를 사실상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정부가 "오늘밤 촛불시위를 본 뒤 불법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경찰의 결론이어서 보수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경찰은 이날 밤 '탄핵무효·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 준비위원회 주관으로 시민 3,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촛불시위가 모두 끝난 뒤 "문화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불법적인 행동이 발견되지 않아 합법적인 문화제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개최되는 촛불시위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향후 사전차단이나 해산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범국민행동 준비위 김혜애 공동상황실장도 "이전 촛불시위는 명망가들의 규탄발언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날부터는 가수들의 공연, 참가자들의 장기자랑 등 공연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15일 경찰은 촛불시위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집회 금지규정을 어긴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그러나 범국민행동 준비위가 집시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문화제로 변경해 행사를 갖기로 하자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도 "집회는 허용하되 사후에 문화행사의 범위를 넘어선 집회로 변질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15, 1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잇따라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인 북핵저지시민연대는 16일 경찰청을 방문, "촛불시위는 명백한 집회·시위행위로 집시법상 야간집회 금지조항이 적용돼야 하는데도 경찰은 문화제라는 이유로 묵인하려 한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주말인 20일께 광화문에서 노무현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대응 촛불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진보단체와의 충돌도 불사할 태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촛불시위의 합법·불법 여부를 오늘밤 진행되는 시위의 진행방법 등을 본 뒤 판단하겠다"고 최종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밤 촛불시위 후 경찰이 사실상 허용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보수단체들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문화행사와 정치집회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촛불시위에서 다소라도 정치적 구호가 터져 나올 경우 경찰 보수단체 진보단체가 얽혀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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