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16일 국내 은행들이 카드부문에서 이익을 내는 것은 일러야 4·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LG카드 사태로 인해 지난해 최소 8,000억원을 부담했던 은행권은 올해도 약 6,000억원의 추가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가 최근 내놓은 '2004년 한국의 은행전망'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보다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금년 역시 은행들은 '잠재수준이하(below potential)'의 성장, 즉 완전 정상화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은행별 전망 피치는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을 지난해 9월 국민카드 합병에 따라 경쟁은행 가운데 추가손실에 가장 취약한 은행으로 평가했다. 특히 2001년부터 각종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의 수탁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추가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하나은행은 SK네트웍스와 LG카드로 인한 거액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비교적 건전한 순이익을 냈지만, 서울은행 합병에 따른 주식환매자금 확보가 문제로 지적됐다.
신한은행은 신용카드 거품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연체율(신한카드 6.15%)이 타 은행보다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열사인 조흥은행 카드손실이 커 올해 추가적 자본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합병에 따른 추가 손실위험이 있지만 하락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론스타 투자로 자본구조가 건실해졌으나 외환카드의 대규모 손실로 긍정적 효과가 삭감됐으며, 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 은행 영업에 큰 기여를 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억제와 모기지론 출시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미은행은 씨티그룹이 80% 지분인수에 성공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국 은행 산업 전체에 상당히 긍정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금년도 주요 시중은행들의 총이익은 약 13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8조5,0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세전이익은 4조5,000억원 정도에 그치고 순이익은 3조1,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전망 피치는 자체 계산을 한 결과, 지난해 9월말 현재 주요 8개 카드사(LG 삼성 국민 외환 우리 조흥 한미 신한)의 문제여신(1개월이상 연체여신+정상분류된 대환대출)이 약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손 적립은 6조4,000억원에 불과, 추가적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LG카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근본적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피치는 지적했다. 하나는 강력한 새 주주의 등장이며, 다른 하나는 전반적 신용카드산업의 성장과 ABS 시장의 정상화다.
피치는 "사실상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LG카드의 ABS 만기 연장은 다른 전업카드사의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삼성카드의 자생력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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