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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계곡 3/귓전 때리는 물소리… 봄은 내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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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계곡 3/귓전 때리는 물소리… 봄은 내곁에

입력
200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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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계곡에는 봄과 여름이 공존한다. 양달과 응달의 풍경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눈과 얼음을 뚫고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 봄을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다. 봄을 만나는 대표적인 계곡 3곳을 소개한다.

배내골 경남 양산시

경남 양산시 원동면 대리, 선리, 장선리 일대에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까지 7∼8㎞에 달하는 골짜기이다. 영남알프스의 심장부에 있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

영남알프스는 양산, 울산, 밀양 등 영남지역에 걸쳐 펼쳐지는 7개의 산이 마치 알프스산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배내골은 이 중 신불산, 영취산, 천황산, 재약산을 둘러싸고 협곡처럼 이어진다. 맑은 개울 옆에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산세가 워낙 험해 일반인의 출입이 드물었고, 덕분에 태고의 절경을 간직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개발이 진행되면서 골짜기를 따라 200여개의 음식점과 민박집이 들어섰고 주변 환경도 서서히 망가졌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2000년 밀양, 양산, 창녕지역 주민들의 상수원 공급을 위한 밀양댐 건설이 발표되고 이듬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더 이상의 훼손은 없는 상태.

물놀이는 할 수 없지만 기암괴석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을 보고만 있어도 좋다. 지금은 이 일대에서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을 구입하기 위해 주말이면 적지않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배내골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는 골짜기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많은 명소를 찾는 것.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인 통도골, 장전마을 앞에 펼쳐지는 송림숲, 갖가지 나물이 많이 채취되는 염수봉, 배내골의 시작지점으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한 철구소 등이 유명하다. 특히 안개처럼 퍼지는 물보라와 무지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파래소폭포는 배내골 관광의 백미다.

양산시내에서 어곡공단, 원동을 지나거나, 울산에서 석남사를 거쳐 도착할 수 있다. 양산시청 공보감사담당관실 (055)384-4091.

대원사계곡 경남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을 거쳐 쑥밭재, 새재,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계곡이다. 길이만 12㎞에 달한다.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압권이다. 100년간 용이 숨어 살다가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용소, 가락국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 소와 말의 먹이를 주며 살았다고 하는 소막골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대원사계곡 입구에서 2㎞ 지점에 있는 대원사는 신라 24대 진흥왕 9년(548) 연기조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이후 1,000년 동안 폐쇄돼있었으나 조선 숙종 11년(1685) 운권선사가 옛 절터에 사찰을 중건, 대원암이라고 불렀다. 고종 27년(1890) 중건하면서 지금의 명칭이 확정됐다. 석남사, 견성암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참선도량으로 손꼽힌다.

일제시대에는 항일운동을 하는 의병들의 은신처였고, 6·25전쟁 때에는 낮에는 빨치산, 밤에는 국군의 수중에 떨어져 수난을 겪는 질곡의 현장이 됐다.

지금은 계곡의 끝인 새재마을까지 도로포장이 돼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자동차로 오를 수도 있지만 계곡의 참맛을 보려면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을 하는 것이 좋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단성IC에서 나와 20번 국도를 따라 시천까지 간 뒤 국도 59번으로 갈아타고 삼장면을 지나면 된다.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0-6421.

농월정 경남 함양군

팔담팔정(八潭八亭). 경남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화림동계곡 일대를 굽이치는 물과 정자의 어우러짐을 일컫는 말이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이 옥산천, 송계천과 합류, 대전-진주고속도로와 26번 국도사이로 16㎞나 이어진다. 풍류를 좋아하던 옛 선인들이 계곡 중간중간에 펼쳐지는 너럭바위를 그냥 놔뒀을 리 만무하다. 경치가 좋은 지점에는 어김없이 정자를 지었고 농월정(弄月亭)은 그 중 백미였다. 과거형을 사용한 것은 지금은 농월정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 지난 해 10월 원인모를 화재로 전소했다.

광해군이 영창대군의 죽음으로 내몰고 인목대비를 유배하자 지족당 박명부는 이에 대한 부당함을 직간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곳으로 낙향해 심신을 수련하면서 너럭바위 위에 농월정을 세웠다.

휘영청 밝은 달밤에 한 잔의 술로 계곡위에 비친 달을 희롱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농월정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바위 위에는 '농월정'과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銶之所, 지족당이 지팡이를 짚고 신을 끌던 곳)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대전-진주고속도로 지곡IC에서 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안의에서 26번 국도로 갈아타고 달리면 농월정과 만난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533.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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