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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정치와 경제의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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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정치와 경제의 분리

입력
200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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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지속되면서 서민생활이 여간 어렵지 않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그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예방을 받고 한 말이다. 현재의 우리경제 상황을 이보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외환위기 초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한탄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여기에 헌정사상 초유인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겹쳤다. 다행하게도 국내외적으로 큰 동요는 없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탄핵 직후 한 업체가 마련한 해외이민·유학 박람회에 사람들이 몰린 것은 이런 분위기에서다. 이런 나라를 빨리 떠나고 싶단다.■ 이 경제부총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일단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신뢰를 심는데 성공한 것 같다. 이 부총리는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책임지고 경제를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와 해외 투자자 등 1,000여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 대한 신뢰 유지를 부탁했다. 외국을 돌며 국가 경제설명회(IR)도 갖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충분히 경험을 했다.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 과거 정치적 대형 악재들이 국내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10·26이나 5·18 때는 주가가 급락했다 곧 회복했다. 한국의 정치적 후진성은 한국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이미 반영되어 있어 정치적 사건은 증시에 일시적인 충격만 준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탄핵 정국기간 중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가 동요하지 않는 것이 시장 안정의 최선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사실이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

■ 이 부총리가 상당히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이제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만큼 각종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가 정치와는 무관하게 시스템에 따라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국경제는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과 경제 외적인 충격에 강한 두 가지 경이로운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사태는 좋은 기회다. 탄핵 정국이 경제에 호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악재는 아니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이번이 우리 경제가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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