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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내원사 계곡/훈훈한 남풍에 눈뜬 계곡 졸졸졸 봄의 합창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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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내원사 계곡/훈훈한 남풍에 눈뜬 계곡 졸졸졸 봄의 합창 부르네

입력
200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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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인 매화가 절정에 달했다. 막바지 꽃샘추위의 기세에 눌려 땅속에서 눈치만 보던 봄은 이제 한껏 기지개를 켜고 북으로, 산위로 마구 내달린다. 남녘 땅에는 어느덧 봄 냄새와 색채가 가득하다.얼음장 아래로 흐르던 계곡물이 얼음을 밀어내고 거침없이 용트림하는 모습은 봄이 오는 소리를 알리는 또 다른 전령이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에 있는 내원사계곡은 계곡의 봄소식을 알리는 선봉대이다.

경남지역에는 2개의 내원사가 있다. 하나는 양산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천성산 자락에, 또 하나는 지리산에 있다. 양산 내원사는 부산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어 영남 지역 주민들의 대표적인 하루나들이 코스로 꼽혀왔다. 계곡 곳곳에 아기자기한 모습의 바위들이 포진해있어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절경을 자랑한다. 규모는 작지만 계곡이 워낙 변화무쌍해 제2의 금강산이라고 불린다. 산세도 험하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트레킹의 시작은 마을입구 주차장. 내원사까지는 4㎞다. 왕복 2차로의 포장길이 나있다. 차량을 이용하거나 걷거나 둘 중 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하면 계곡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아래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다리를 건너면 다이내믹한 계곡의 모습에 먼저 놀란다. 아기자기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계곡폭이 30m가 넘지않는가. 계곡을 따라 1㎞ 가량 올라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이제부터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어찌나 물이 맑은 지 투명하다 못해 푸른 빛을 띤다. 가만히 물에 손을 담궈본다. 시원함이 머리까지 전해진다. 한모금 마시니 정신이 맑아진다. 계곡과 한 몸이 되는 시간이다. 가다가 계곡길이 끊어져도 열 걸음이 안되는 거리에 산책로가 있다. 트레킹의 재미를 한껏 누릴 수 있다.

경치가 좋은 곳 앞에는 어김없이 주차장이 마련돼있다. 삼층바위 위로 떨어지는 미니폭포, 병풍바위 사이로 형성된 협곡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풍광들이 펼쳐진다. 예비 신혼부부가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 입고 촬영에 열심이다. 주말이면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연에 푹 빠진 채 계곡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내원사에 다다른다. 규모는 작지만 역사와 기품이 흐르는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13년(673년)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창건설화가 전한다. 원효가 당나라 태화사 법당에 모인 신도 1,000여명이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예견, '효척판구중'이라고 쓰여진 판자를 날려 보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신도들이 법당 밖으로 뛰쳐나왔고, 이내 산사태가 나 목숨을 건졌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중국의 승려 1,000여명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됐고, 이들의 수도처로 이 곳에 절을 세웠다고 한다. 몇차례 화재로 인한 소실과 중건을 거쳐 현재 6개 동의 아담한 모습을 갖췄다. 현재 70여명의 비구니가 수도하고 있다.

계곡은 내원사 위로 계속 이어진다. 이왕 내친 걸음, 갈 데까지 가보자. 내원사에서 해발 811m인 천성산 정상까지 1시간30분 남짓 걸린다. 계곡을 따라 1㎞ 가량 올라가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물을 구경할 수 없으니 이 곳에서 수통에 물을 채워야 한다.

등산로는 의외로 난코스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이제 서서히 녹기 시작해 질퍽질퍽하다. 경사도 심해 곳곳에 밧줄을 매달아 놓았다. 밧줄에 의지해 20분쯤 오르면 고생 끝이다. 약간의 발품으로 맛보는 정상등반. 탁 트인 시야가 한 눈에 들어오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순간 당혹스러운 팻말 하나가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분명 천성산 정상에 섰건만 또 다른 천성산을 알리는 팻말이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을 천성산으로 불렀으나 양산시와 산악전문가들의 고증을 통해 인근 원효산(922m)을 천성산으로 개명하고 이 곳은 천성산 제2봉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은 공룡능선쪽을 택한다. 멀리 내원사와 계곡을 보면서 내려온다. 새삼 절경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내원사 매표소 부근에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좌판에 앉아 도토리묵에 막걸리 한잔을 걸친다. 순간 바람이 휙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는 시원한 바람이다. 봄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내원사(양산)=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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