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高대행의 권한 어디까지인가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문자 그대로 대통령 대행으로서의 제한적 행사에 그쳐야 하는가, 아니면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 받은 것인가.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긴급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현상유지를 위한 소극적 권한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한 하위 법령과 판례는 없다. 헌법도 71조에 '대통령 궐위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으로 권한대행을 맡는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김일환 성균관대 교수는 "권한대행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국가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도 "행정적 업무에 국한된 소극적 권한 행사가 가능하고 외교·국방 문제는 긴급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대행의 권한 행사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명선 경희대 교수는 "만일 국가적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도 행사해야 하지만, 현 여건으로 볼 때 고 대행이 물의를 일으켜가며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구병삭 고려대 명예교수는 "권한대행은 임시적 위치이기 때문에 현상유지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고, 성낙인 서울대 교수도 "관리자로서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보편적 견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사면법 거부권 행사 문제나 정부 인사 등 현안에 대해서는 고 대행이 적극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일환 교수는 "사면법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국무회의 결정을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낙인 교수는 "대통령이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재의 요구는 권한대행이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 인사권 행사여부에 대해선 헌법학자들은 내각 개편을 제외한 행정부 관료 인사는 가능하다고 봤다. 윤명선 교수는 '국가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사', 성낙인 교수는 '정무직을 제외한 행정직 고위 공무원 인사'를 고 대행이 할 수 있는 인사로 제시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② 탄핵 사유 추가·소추 취소 가능한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를 앞두고 제기된 '탄핵사유 추가' 및 '탄핵소추 취소' 문제에 대한 법리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한 법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자칫 헌재 심리 내내 논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노 대통령의 '총선과 재신임 연계' 발언을 탄핵 사유에 추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안 의결 당시 제기된 3가지 사유 이외의 사유를 의결을 거치지 않고 추가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불가론이 강하다. 건국대 임지봉 교수는 "탄핵 사유를 추가하려면 기존의 탄핵안 발의 및 국회 의결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대한변협은 3가지 탄핵 사유를 한꺼번에 의결한 것도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권력형 부정부패, 경제파탄 3가지 사유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의결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주장이다. 야당 관계자는 "탄핵사유 추가가 불가능할 경우, 심리 과정에서 별도로 심문을 벌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탄핵사유 추가 논란 못지 않게 탄핵소추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심리가 총선 이후까지로 길어질 경우 새로 출범한 17대 국회가 탄핵소추 취소안을 의결,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 바로 소가 취하되고, 노 대통령이 복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역시 명문 규정이 없긴 하지만 '탄핵소추 심리는 형사소송법을 원용한다'는 원칙 때문에 취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국공법학회에서 작성, 헌재가 발간한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이 1심 판결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만큼 탄핵소추도 헌재 결정 이전까지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안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정족수의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지,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우세한 입장이라고 해도 헌재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이상, 단정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헌재 전종익 연구관은 "심리 과정에서 주장이 제기되면 재판관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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