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폭풍은 없다'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을 상대로 5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의 최대분수령이 될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벌인다. 한국이 승점 3을 챙기고 3차전 상대인 말레이시아를 이긴다고 가정할 경우 70%이상 본선티켓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전이다. '안방불패'를 자신하는 이란과 적지인 테헤란에서의 '무승(1무2패)징크스'탈출에 도전하는 한국 중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이천수-모발리(플레이메이커 대결)
아시아 지존의 자리를 놓고 중원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김호곤호'의 히든카드로 떠오른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는 플레이메이커로 낙점 받았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빠진 박지성(아인트호벤)의 자리다. 테헤란 입성 직후 "플레이메이커로 뛰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이천수는 스피드와 일대일 돌파, 칼날 같은 패스를 앞세워 이란 문전을 유린한다는 각오.
반면 에만 모발리(23)는 이란 공격의 시발점이다.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와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침투에 능해 경계 대상이다. 170㎝의 단신이지만 말레이시아와의 1차전에서 2골을 잡아냈으며,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장이 유력한 나비드키아와의 호흡이 위력적이다.
투톱(최성국―조재진) 'V앙코르'
중국전에서 환상적인 단독 드리블과 슛감각으로 결승골을 합작했던 최성국(울산)―조재진(수원)이 3―4―1―2 전형의 투톱으로 다시 한번 'V합작'에 나선다. 발재간이 뛰어난 최성국과 몸싸움과 위치선정이 탁월한 조재진을 최전방에 포진시켜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떨어지는 이란의 장신 스리백을 집중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마옐리 코한 이란 감독으로부터 '한국의 아지지'라는 극찬을 받은 최성국은 "투톱이든 스리톱이든 상관없다. (조)재진형과 별 문제가 없을 뿐더러 (이)천수형과도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테헤란 악연(?) 끊을까
김호곤호에는 2000년 청소년대표로 테헤란땅을 밟았다 아픈 상처를 입은 선수들이 많다. 조재진을 비롯 최태욱 이천수 김동진 최원권 등 절반에 달한다. 당시 이들은 아시아청소년(19세)대회서 1승1무3패로 4위에 그쳤다.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는 조재진은 "이란전 승리로 테헤란 악몽을 떨쳐내겠다"고 말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 양팀 감독 출사표
한국 김호곤 감독=적지인 것을 고려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쿤밍 고지훈련이 많은 도움이 됐다. 눈이 내리는 열악한 날씨를 감안, 선수 기용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날씨에 관계없이 준비된 것을 모두 보여 주겠다. 이천수는 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수로 공격형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란의 10만 관중을 붉은 악마 응원단이라고 생각하고 경기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는가. 이란에 대한 분석은 끝났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매우 좋다. 반드시 승리하겠다.
이란 마옐리 코한 감독=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강팀으로 쉽지 않겠지만 홈경기인 만큼 승리를 자신 한다. 17일 경기는 10만 명의 축구팬이 운집한 가운데 매우 좋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최성국의 개인기가 단연 돋보였다. 마치 이란 국가대표팀의 간판 아지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최태욱 조재진 조병국 등도 빼어난 기량을 갖췄다.
■ 이란 전력은
이란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통산 4번째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중동의 강호. 16일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1위에 올라 있다.
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을 6―2로 대파했던 마옐리 코한 감독이 이끄는 이란올림픽대표팀은 최근 2개월동안 집중훈련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나비드키아, 모발리 등 2002부산아시안게임 우승멤버 13명이 포함돼 있다.
전술적으로는 3―5―2 전형을 구사하며, 장신 수비에 빠른 역습을 펼치는 공격 축구를 구사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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