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계절이 돌아왔다. 평생 한 번뿐이라는, 한 번뿐이길 바라는 결혼식. 곱게 쌓아온 연분만큼이나 근사하게 식을 치르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비용. 호텔예식장까진 못 잡아도 낡고 비좁은 곳에서 복작거리며 식을 올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푸르른 잔디 위에서 햇살의 축복을 받으며 웨딩마치를 할 수 있는 야외 예식장은 어떨까. 넉넉한 예식시간에 저렴한 비용, 무엇보다도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둘만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다. 서울시 및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야외 무료예식장을 소개한다.눈부신 봄볕 아래 혼인서약을
예비 부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야외 예식장은 여의도 한강공원과 양재동 시민의 숲이다.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경실련 건전혼례사업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이 식장들은 39만원만 내면 장소제공뿐 아니라 하객용 의자, 꽃길 아치, 주단, 음향시설, 연단 등 일체의 예식시설까지 설치해준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대여 가격도 여기 포함되는데, 경실련이 제휴를 맺고 있는 강남 논현동의 한 유명 드레스샵에서 100종이 넘는 디자인 중 직접 골라 입을 수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 야외식장은 푸른 잔디 위에 대리석으로 둥근 외벽이 둘러져 있고, 그리스 신전처럼 중심에 기둥까지 세워져 있어 고급스럽다. 대리석 바닥은 꽃으로 장식해 정원처럼 꾸몄고, 옆으로는 푸른 한강이 그대로 내다보여 풍치가 그만이다. 하객은 평균 300명에서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출장뷔페를 불러 피로연까지 그 자리에서 치를 수 있어 편리하다.
양재동 시민의 숲은 녹음 우거진 숲 속에서 아기자기하게 동화 같은 예식을 치를 수 있어 돋보인다. 나무 그루터기 모양의 하객 좌석이 120석 정도 마련돼 있고, 햇볕이 가려지도록 등나무 무늬의 아크릴 지붕도 설치돼 있다. 다만 공원 안이라 음식물 반입이 안돼 피로연 장소를 따로 잡아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분수의 축가에 맞춰 웨딩마치를
남산공원에서도 무료 야외예식을 올릴 수 있다. 남산 식물원 분수대 앞에 자리잡은 이 예식장은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행진할 때마다 하늘 높이 분수가 치솟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게 특징. 시기에 맞춰 식물원 안의 다양한 화분들로 식장을 꾸며주기도 한다. 예복과 피로연, 사진촬영만 별도로 준비하면 되고, 그 나머지는 일체의 실비 없이 모두 무료다. 비가 오면 바로 옆의 교육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식을 올리면 된다.
보라매공원도 마찬가지. 예복 등만 제외하고 장소와 시설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어린이대공원과 용산시민공원, 양천구에서 운영하는 파리공원, 목마공원, 오목공원 등은 장소만 제공해준다. 이들 공원 역시 취사가 금지돼 있어 피로연은 공원 내 식당이나 별도의 장소에서 열어야 한다.
조선시대 '왕과 비'처럼
남산한옥마을의 박영효 가옥 안채마당과 경희궁 앞마당에서는 옛 멋을 살려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다. 경희궁에서는 왕과 왕비처럼 궁중혼례도 올릴 수 있는데 사진촬영과 예복비용을 포함, 220만원이 소요되며 '민족혼뿌리내리기 시민연합'을 통해야 한다. 한강 시민공원과 양재 시민의 숲에서도 실비 70만원에 전통혼례를 올릴 수 있으며, 여기에는 폐백음식을 비롯해 혼례복, 집례(사회자) 및 도우미 비용 등 전 항목이 포함돼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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