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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달고/名馬 100마리, 미국 말 못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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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달고/名馬 100마리, 미국 말 못당하다

입력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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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달고'(Hidalgo)는 분명 결과가 뻔한 영화다. 미국인 주인공이 아라비아 반도에서 열린 경마대회에 나서는 순간, 그의 '할리우드식 막판 짜릿한 승리'는 100% 예견된다. 이민족과 그들의 관습과 종교를 은근히 깔보는 태도도 여전하다. 그런데 '히달고'는 이런 뻔한 구조 속에서, 말 못하는 말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감동을 전한다.때는 1890년. 미국 서부의 장거리 경마 챔피언인 프랭크(비고 모르텐슨)에게 '불의 대양'이라는 경마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불의 대양'은 아라비아 사막 4,800㎞를 68일 동안 가로지르는 죽음의 레이스로 우승 상금은 10만달러. 순수 혈통의 아라비안 경주마 속에서, 프랭크의 야생마 히달고는 볼품없기 짝이 없다. 여기에 프랭크와 히달고를 죽이려는 아랍인들과 영국 귀부인(줄레이카 로빈슨)의 비열한 음모, 인디언 모계 혈통을 숨기려는 프랭크의 정체성 찾기까지 곁들여진다.

영화는 결국 미국의 야생마 히달고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아라비아 명마를 상대하는 '히달고 성공기'다. 히달고는 마치 1980년대 TV에 방송됐던 외화시리즈 '전격 Z작전'에 나온 똑똑한 자동차 '키트'를 빼 닮았다. 자신을 동생처럼 여기는 주인의 마음을 헤아려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고, 온갖 악의 무리가 쳐놓은 덫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도 언제나 다시 일어선다. 위험에 처한 프랭크가 휘파람을 불면 어디선가 무서운 속도로 나타나기까지.

'쥬라기공원 3' '쥬만지'의 조 존스턴 감독은 여기에 볼만한 스펙터클을 덧붙였다.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사막을 휩쓸며 프랭크와 히달고에 달려드는 모래폭풍, 살아있는 모든 것은 잡아먹을 태세인 메뚜기 떼의 습격 등. 무엇보다 요즘의 매캐한 황사와 잘 어울리는, 모로코에서 촬영한 광활한 사막의 절경과 수천마리의 근육질 야생마가 달음박질하는 원시적 아름다움도 볼 만하다.

물론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국중심주의는 위험 수위에 달해 있다. 아라비아 족장(오마 샤리프)의 예언능력을 처음부터 무시한 프랭크의 오만함, 아무리 우수한 이민족의 말 수백 마리도 미국의 야생마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한다는 기막힌 설정. 그럼에도 탄압 받는 주인공이 모진 역경을 딛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감탄할 만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전사 아라곤 역의 비고 모르텐슨의 연기도 빛난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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