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바른선택 4·15-총선 민심탐방](1) 부산·울산·경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바른선택 4·15-총선 민심탐방](1) 부산·울산·경남

입력
2004.03.16 00:00
0 0

D-30. 299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7번째로 맞는 국회의원 선거.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어느 때 보다도 감 잡기가 어렵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예상외 변수가 표심을 뒤흔들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역별, 연령별로 탄핵안 가결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 각 정당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본보는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호남·제주, 대전·충청·강원, 서울·인천·경기로 나눠 '총선 민심'을 현장 탐방한다.

"비참하네예….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했기로서니 국민이 뽑은 사람인데 그럴 수 있능교. 자기들이나 잘하라카이소,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할끼라예." "당연하지예. (대통령이)입도 너무 가볍고…. 잘한 기 뭐 있능교. (탄핵해도)더 나빠지진 않아예." 15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부전시장통. 이제 막 건어물가게의 출입문 자물쇠를 따고 장사를 시작하려던 최모(55)씨는 열변을 토했다. 그의 질책은 계속됐다. "난 (대선에서)노무현이를 찍지도 안했지만, 이러다간 굶어죽을 판인데 도대체 뭐 하는 짓잉교. 국회가 탄핵돼야 하는기라." 그 건너편에서 오이값을 놓고 흥정을 하던 이모(60·여)씨는 눈을 흘기며 "잘못하면 바꿀 수도 있는 거 아이가"라며 맞받았다.부산역 앞에서 만난 회사원 최인석(37·연제구 연산동)씨는 "정치에 완전히 질려버렸다"며 "이번 총선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반드시 투표에 참가해 정치권을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렁거리는 PK표심·민심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과 경남. 말만 그렇지 이곳은 '반노(反盧)'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꼽혔다. 총선이 다가오는데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현상 역시 뚜렷했다. 그랬던 PK지역 표심이 '탄핵'이라는 거센 풍랑에 휩쓸려 요동치고 있다.

"우리 같은 장사꾼이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건(탄핵) 아닌기라."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25년째 좌판장사를 하고 있는 이복임(59·여)씨는 손사래를 치며 "이번 만큼은 국민들 생활 잘 살펴주는 제대로 된 사람, 한 번 뽑아 볼끼라예"라고 했다. 옆자리의 김순옥(61·여)씨도 "자갈치아지매 등에 엎고 '앞으로 잘 될거예요'라며 한 표를 부탁하던 정치인들 이젠 신물이 난다"며 "동네 사람이면 그냥 표를 몰아주던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라고 소신투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부산=한나라당'. 특히 40∼50대 중·장년층 사이에 강했던 이런 기류가 '시장 아줌마'들의 얘기 몇마디만으로 확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간 흐름에 따른 또 다른 변화도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탄핵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모든 연령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젊은 층의 탄핵 때리기는 좀더 세다. 유권자로 이번 총선에서 첫 투표를 할 부산 D대 김모(20·대학1년)씨는 "정치는 모르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자기들을 위한 탄핵"이라며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친구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진작 사과했어야" 비난도 커

그렇다고 이런 소리가 전부는 아니다. 애초 탄핵의 빌미를 제공한 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난과 힐난도 적지 않게 들린다.

"사과하라고 할 때 제대로 사과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지는 게 결국은 이기는 것 아닌가요." 주부 박희정(41·여)씨는 "싸움질만 하는 사이에 서민경제는 파탄이 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던 부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탄핵'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나라당과 여권의 '셈법'은 사뭇 다르다.

열린우리당측은 탄핵안 가결 이후 신규 당원가입자가 하루 2,000∼3,000명에 달하고 후원금 지원을 약속하는 전화가 쇄도해 과반수(9∼10개 선거구) 당선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면서도 표심은 머지 않아 원위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산 "뭔가 변화 조짐이 보여요"

"이판사판 정치판이 신물납니더." 탄핵정국은 울산의 표심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웹마스터 서영환(44·울산 중구 학산동)씨는 "이번 선거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탄핵사태를 보고 투표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마음에 쏙 드는 후보는 없지만 구태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택시운전기사 최형준(52)씨는 "당초 울산총선은 한나라당의 강세 속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추격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였는데 탄핵 이후 한나라당 인기가 떨어진 것 같다"면서 "정치 신인이 많은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어부지리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전망했다.

울산은 지난 총선에서 5개 선거구(이번 총선은 남구 분구로 1개 증가) 가운데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의 아성인 동구를 제외하고는 4개 선거구를 한나라당이 싹쓸이 했던 곳. 중견 시민운동가 김모(44)씨는 "울산은 보수성향이 60%, 노동계 등 진보성향이 40%정도로 각각 나뉘어져 있으나 매번 선거 때마다 보수는 뭉치고 진보는 흩어져 '보수 압승'의 결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번에는 이런 전례가 깨질 것 같은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심했다" "자초한 일"

"도둑놈들이 아직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르는 기라예." 경남지역에서 가장 큰 어시장인 마산어시장에서 만난 김모(55·여)씨는 "많은 국민들이 반대했는데…. 대체 국민을 뭘로 보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경남지역 역시 탄핵의 역풍이 거세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는 항변도 드문 드문 튀어나온다. 농업인후계자 황종규(40·사천시 축동면)씨는 "농민들은 경제난 속에 광우병에다 조류독감 등으로 심각한 여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싸움질만 하는 정치권이 신물이 난다"면서도 "큰 권력을 쥔 대통령이 책임질 일도 많다"고 했다.

탄핵정국이 가져온 민심의 격랑이 이 지역에서는 어떤 결과로 귀결될까. 열린우리당 경남도지부는 "탄핵정국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라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이 준엄하게 심판을 내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을 이탈한 부동층이 우리당으로 몰려 전체 17석 가운데 12∼13곳에서 경합을 벌여 10석 이상을 차지해 든든한 '동남권 벨트'를 구축하는 쪽으로 열린우리당의 전략이 바뀌었다.

반면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한나라당 경남도지부는 "며칠 더 민심동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탄핵정국이 몰고 올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그렇게 실망스런 표정은 아니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보수층이 다시 결집해 '텃밭 수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 때문이다. 이들의 명운을 가늠할 표심의 실체는 뭘까. "시간이 지나면 태풍도 잦아들잖아요." 이곳 에서도 역풍이 30일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 주민등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부산=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 관심 지역구

부산·울산·경남권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지역의 선거구는 총 41개(부산 18개, 울산 6개, 경남 17개). 이중 5∼6곳은 '탄핵'이라는 변수가 돌출하면서 예측불허의 대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초미의 관심을 끄는 선거구는 한나라당 정형근(59)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철(56) 전 의원이 맞붙는 부산 북·강서갑.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차장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때 'DJ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정 의원과 7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이 전 의원의 사생결단식 한판승부가 점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나라당 지지 정서가 강해 정 의원이 앞서가고 있지만 탄핵이라는 돌발변수로 미묘한 표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선 관록의 한나라당 박희태(66) 의원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김두관(45)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각을 세운 경남 남해·하동 선거구도 관심지역이다. 김 전 장관은 1988년 민중당 후보로 나서 남해중학교 선배인 박 의원에게 졌지만 95년과 98년 남해군수 선거 때는 박 의원이 공천한 후보를 연거푸 꺾어 이번 선거가 진검승부인 셈.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수 없다는 게 현지 여론이다.

이밖에 여성후보들인 한나라당 김희정(33) 부대변인과 열린우리당 노혜경(46) 여성중앙위원이 맞붙는 연제구, 한나라당 권철현(57) 부산시지부장과 열린우리당 정윤재(41) 위원장이 자존심 싸움을 벌일 사상구도 민심의 볼만한 게임이 예상되고 있다.

/부산=박상준기자 sj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