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의 젊은이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답답한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린 만화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인공들은 일자리가 없거나, 겨우 취업은 했지만 회사 적응과 일 처리로 어려움이 많다.만화가 고리타가 그린 '룸펜 스타'(시공사)는 백수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유명 만화가를 꿈꾸는 주인공의 생활은 여러모로 초라하다. 100원 짜리 동전 4개를 들고 라면을 사러 갔더니 50원이 모자라, 장롱 밑에 파리채를 넣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50원 동전을 찾는 주인공이다. 친구들과 맥주를 마신 뒤 돈을 내지 않으려고 의자에 앉아 끝까지 맥주 캔에서 입을 떼지 않는다. 65억원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부러워하며 열심히 일해서 그만큼 벌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목표임을 곧 깨닫고 허탈해 한다. 운전자가 길을 물어보자,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올라 결국은 자기 집으로 향하는 뻔뻔함도 갖췄다.
이향우 작 '우주인'(길찾기출판사)의 주인공은 20대 여성, 우주인은 그녀의 이름이다. 스스로를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인이라 여긴다. 우주에서 지구로 건너와 잠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우주선이 다시 지구로 찾아오면 그것을 타고 우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린다. 그래도 그 동안 생존은 해야 한다. 그녀가 택한 방법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 모델 하우스를 집 삼아 살고 남들이 진해나 여의도로 벚꽃놀이 갈 때 집 앞 조그만 벚나무 아래서 대신한다.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공짜 춤도 춘다.
정철연의 '마린 블루스3'(학산문화사)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성게군이 직업 있는 젊은이로 그려진다. 그 때문인지 경제적으로도 조금 여유가 있고 생활도 다양하다. 불가사리군, 불가사리양, 쭈꾸미군, 쭈꾸미양, 문어군, 멍게군, 거북이군, 꽃게군 등 주변 인물들도 궁핍함보다는 이성 친구와의 만남, 군 입대 문제, 건강 등 고민이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의 회사생활이 편한 것은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지각을 하고,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 싸기를 고려한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뒤 산더미처럼 밀린 일 때문에 걱정한다. 자취생이라 음식 장만을 고민하고 재테크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 만화 주인공의 공통점은 어렵고 답답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기발하지만, 달리 보면 얄밉고 뻔뻔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만화를 읽다 보면 그것 조차도 이 시대 젊은이의 생활 방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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