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대선에서 예상대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71%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던 15일 오전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다당제를 강화하며 시민 사회와 언론의 자유 보장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후보는 14%, 군소 후보들은 3∼4% 득표에 그쳤다. 투표율은 2000년의 68.8%보다 낮은 64.3%로 잠정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대선 경쟁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지난 통치에 대한 신임 투표"라고 규정했다.관심은 그의 집권 2기 청사진으로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제1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선거 직후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사회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할 것"이라며 경제 개혁을 약속했다.
이는 푸틴 체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무엇보다 구 소련 해체 이후 혼란에 빠졌던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 놓은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 붕괴 직전에 몰렸던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7.3%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푸틴 집권 이후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해외 투자가들이나 유권자들은 민주주의가 다소 후퇴하더라도 '강한 푸틴'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정치 안정과 경제 성장을 통해 러시아를 재건하라는 국민의 승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집권 2기는 지난 4년처럼 '관리형 민주주의', 즉 경제 성장에 치중하는 권위주의 체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푸틴은 이미 의회와 언론을 장악했고, 석유재벌 미하일 코도르코프스키 등 정적들도 일찌감치 제거한 상태다. 내각도 지난 9일 비정치적인 테크노크라트로 채웠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앞 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경제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제성장은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에너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등 불균형이 극심한 상태다. 비판론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경제 구조 개혁이나 경쟁력 강화가 없이 고 유가의 과실만 즐겨왔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위주의적 체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적 여론도 두고두고 짐이 될 전망이다. 이미 "장식 민주주의이자 구 소련식 민주주의"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 내놓고 우려를 표명할 정도이다.
AP통신은 이밖에 체첸 사태의 평화적 해결, 부패 문제 해결, 성공적 군대·금융·행정 개혁 여부가 집권 2기의 관전 포인트라고 전망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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