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신차 모닝(사진)의 운전석에 앉으니 1987년 첫 선을 보였던 프라이드가 생각난다. 1.3ℓ 69마력 엔진의 프라이드는 일본 마쓰다가 엔진 등 기본 설계를 맡았고, 생산은 기아, 판매는 포드가 맡기로 하고 개발됐다. 국내에서 2000년 단종될 때까지(중국에선 계속 생산 중) 총 150만대 판매의 전설을 남긴 '프라이드의 신화'를 모닝이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외형은 단순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차체와 순정만화 주인공의 눈처럼 커다란 전조등이 어우러져 프라이드 후예답게 야무지고 앙증맞아 보인다.
운전자 중심으로 비대칭적으로 꾸며진 앞좌석 계기판 등 실내 공간의 세련됨은 그 동안 국내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배치된 2단 수납공간은 담배, 라이터는 물론 우산 등을 수납할 수 있다.
뒷좌석 다리공간은 872㎜로 웬만한 장신이 아니라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여기에 뒷좌석을 완전히 제치면 소형밴에 버금가는 863ℓ 적재공간이 만들어져 자영업자들의 업무용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프라이드의 기억을 더듬으며 시동을 걸었다. 물론 모닝은 1ℓ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프라이드와 수평비교는 어렵다. 최고 출력도 61마력으로 프라이드보다 다소 떨어진다. 반면 수동변속기의 경우 휘발유 1ℓ당 18.3㎞를 주행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연비를 자랑한다. 속도가 시속 50㎞까지 올라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시속 60㎞를 넘어서면서 빠르게 가속된다. 최고 시속 120㎞까지는 무난하다.
이쯤 되면 프라이드의 후계자가 될 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닝의 성공여부는 경기회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차량의 주 고객인 20∼30대 청년층의 실업난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신용불량자 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모닝의 판매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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