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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36> 동물생약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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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알로에 인생 김정문 <36> 동물생약의 가능성

입력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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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냉혹하기가 인간사와는 비교가 안 된다.나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천적을 소재로 한 '거리의 쇼'를 본 적이 있다. 1989년 봄 오키나와의 한 알로에 회사 초청을 받고 현지 강연에 나섰을 때였다. 하브라는 작은 독사와 족제비가 쇼의 주인공이었다. 쇼는 단순했다. 분리된 유리관에 각각 하브와 족제비를 넣은 뒤 갑자기 차단막을 걷어내자 족제비가 눈 깜짝 할 사이에 하브의 목을 물어 죽여버렸다.

흥미로운 건 주민들이 독사 하브로 만든 뱀술을 팔았다는 점이다. 일본 본토 같으면 독사 제품에 류머티스에 좋다, 정력에 좋다는 등의 효능 표시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변방 오키나와에선 예외인 듯 했다. 술 뿐 아니라 정제와 분말도 취급했다. 서양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은 호기심에 독사 제품을 적지 않게 사갔다. 나도 재미 삼아 뱀술을 구입했다. 한국에선 생사탕 등이 낯설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뱀술을 공공연히 사고 판다는 게 신기했다.

당시 일정은 빡빡했다. 오키나와를 돌며 닷새 연속 강연한 데 이어 도쿄로 이동해서는 일본 포상 여행을 온 우리회사의 전국 지사장들과 함께 관광과 연수회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보름동안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일행들은 비결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알로에 덕분이겠지"라며 웃어 넘겼다.

따져보니 뱀술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로에는 치료 성격이 강했지 정력제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뱀술은 물론 뱀으로 만든 음식이나 약을 먹어본 적이 없다.

뱀의 효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다. 그야말로 뱀장수 말 정도로 흘려 들었다. 하지만 일본을 떠날 무렵까지 정력이 넘쳐 나 어쩔 줄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에는 뱀술을 먹지 않았다. 독사는 꺼져가는 생명력을 소생시켜 주거나 일시적인 스태미너 강화 등의 효과는 뛰어나지만 장기복용해서는 곤란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 나는 폐결핵을 앓던 고향 친구가 독사를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독사만 쫓아 다니며 10년 이상 복용하다 정신 이상자가 된 걸 직접 보았다.

자라는 다르다. 앞서 우리회사는 92년 5월 자라 제품을 선보였다고 했다. 자라로 발기부전을 치료한 나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몬도가네' 만들 작정이냐는 비아냥을 뿌리치고 자라 약을 만든 건 나름대로 학문적 근거와 임상 실험에서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라는 특히 생선과 같아 오래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 나와 교류한 유명인사 중에도 비슷한 효과를 본 이가 한 두명이 아니다.

녹용과 웅담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특유한 효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곰의 쓸개인 웅담을 보자.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담즙산인데 이게 동물의 쓸개에도 많으니 우리 몸에 좋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알로에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동물 생약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책도 많이 읽었다. 동양 의학에서 말하는 본초학은 초근목피 등과 함께 동물 생약을 다루고 있다. 해구신이라든지 자라와 녹용 사향 개구리 등이 망라돼 있다.

동물 생약은 동양 의학적으로 수 천년 동안 실재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대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 약초의 효능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동물 생약은 몬도가네 취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여전히 뱀을 먹고 간디스토마 등을 고쳤다는 류의 얘기에 손사래를 친다.

동물 생약이 미래의 세계 의학계에서 보편화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도 의무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라를 제품화한 이후 10년 넘게 새로운 동물 생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생명력을 키우고 면역 기능을 높일 수 있는 동물 생약의 제품화는 계속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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