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총선 정국에도 뚜렷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2002년 대선 당시의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 세력간 대결 구도가 정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사모 등 친노 세력이 주도하는 탄핵 규탄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보수 단체들이 이에 맞서 세 규합 움직임을 보이는 등 사실상 정국이 '총성 없는 내전'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두번째로 지역주의의 완화 여부가 관심사다. 탄핵 가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이 열린우리당으로 급속히 쏠리고, 영남에서도 탄핵반대론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는 견해다. 셋째는 탄핵안 가결 이전의 3당 대결 구도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 양강 대결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이런 상황 변화를 보는 3당의 시선은 '3색'이다. 총선 구도가 친노 대 반노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데 대해선 한나라당이 내심 반기고 있다. 한나라당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탄핵을 강행했던 것도 당 내분으로 돌아섰던 기존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측면이 크다. 최병렬 대표가 14일 "(17대 총선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친노·반노의 사생결단적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총선을 앞두고 40대 이상 및 영남권 지지층을 포함한 반노·보수 세력의 총결집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윤여준 의원은 "우리 당 지지층이 최근 친노 세력들의 시위에 위기감을 느끼고 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십년간 한국사회의 기반을 닦아온 이들의 저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탄핵안 가결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총선 구도가 친노 대 반노 대결로 고착될 경우 승산이 적다고 보고 "총선은 양심세력 대 쿠데타 세력간 대결"이라고 집중 홍보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야권을 국정 혼란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열린우리당에 비판적이었던 50대 이상과 주부층 등 안정 희구세력까지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가장 답답한 곳은 탄핵안 가결 후 호남에서의 지지율 하락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민주당이다. 불법 대선자금에 따른 신·구 부패세력 심판론 등을 집중 부각하는 등 친노 대 반노 대결 구도 하에서의 틈새를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김성재 총선기획단장은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깨끗한 개혁세력인 것처럼 위장돼 있지만 사실은 차떼기 정당인 한나라당을 뺨치는 부패세력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총선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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