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선 동향의 고교 선후배 법조인간 창과 방패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국회측의 검사 역할 소추위원을 맡게 될 김기춘 법사위원장에 맞서 청와대가 14일 김 위원장의 경남고 직계 후배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간사 변호인에 내정했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이력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 위원장은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내는 등 재조(在曹)에서 잔뼈가 굵었다. 문 전 수석은 아예 법률가 인생을 변호사부터 시작한 재야(在野) 법조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또 김 위원장은 30여년의 검찰 및 정보기관 근무를 통해 정권을 지키는 역할에 치중했던 반면, 문 전 수석은 독재정권에 맞서 재야 운동 일선에서 뛰었던 인권변호사로 유명하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핵심참모서 강직한 성품의 문 전 수석이야말로 최적임의 해결사"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12일 사표를 제출하고 해외여행을 떠났던 문 전 수석은 11일 급거 귀국, 노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탄핵안 가결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최근 정국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수석은 이날 일절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측근은 "야당이 제시한 탄핵사유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변론의 큰 골격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전 수석을 포함해 10명 선이 될 청와대측 변호인단은 국회의 탄핵 사유가 헌법상 탄핵 요건에 맞지 않고, 선거법 위반 부분도 탄핵 명분으로는 약하다는 점을 집중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문 전 수석 내정 사실을 전해 듣곤 "평소 훌륭한 법조인이라고 생각해 왔으며, 좋은 맞상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대통령을 불러 신문하고, 10일 기자회견에서의 총선―재신임 연계 발언도 탄핵 사유에 추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한 대통령의 책임"이라면서 "헌재는 오직 법리에 의해 심판할 뿐 정치적 고려를 개입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위원장과 문 전 수석은 동향(출생지가 경남 거제)에 고교(경남고 12회·25회) 동문이지만 개인적 교분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모두 바늘도 들어가지 않는 칼 같은 원칙주의자 성격 때문에 각각 '미스터 법질서' (김 위원장) '저승사자'(문 수석)로 불려 앞으로의 헌재 심리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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