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보석세공사인 A씨. 얼마 전부터 눈앞에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진단 결과는 백내장. 뿌얘진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갈아끼우는 수술은 30분만에 간단히 끝나지만 A씨에겐 문제가 있었다. 수술 후엔 조절력을 잃어 가까운 거리의 물체를 보기 어려운데 이것은 그의 직업에 치명적 결함이다. 이 때 A씨에게 도움이 된 것이 바로 초점조절 인공수정체였다.원근을 보는 인공수정체
백내장 수술 후 돋보기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약 5년 전부터 다초점 안경과 같은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꽤 시술됐으나 원거리가 잘 안 보인다는 한계가 있어 최근 시술이 줄었다.
최신의 타개책이 바로 조절력이 있는 인공수정체다. 독일산 1CU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아 2002년 시술이 시작됐고, 미국산 크리스탈렌즈는 여름쯤 도입될 예정이다. 이 수정체들은 광학부분이 움직이도록 돼 있어 가까운 곳을 보려고 모양체 근육이 수축되면 수정체가 앞으로 움직인다.
수술과정이나 부작용은 기존의 백내장 수술과 다를 게 없다. 점안 마취 후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를 3㎜ 정도 절제해 혼탁해진 수정체를 초음파로 부셔서 빼내고 인공수정체를 넣는 것이다. 수술은 30분만에 끝나지만 하루 정도 꼼짝 않고 똑바로 누워 있어야 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정성근 교수는 "기존의 백내장 수술과 마찬가지로 녹내장, 염증, 수정체 유착 등 합병증이 있을 수 있으나 아주 드문 편이며 2개월 후면 시력이 안정된다"고 설명한다.
조절력 아직 한계
하지만 조절력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해외 보고에 따르면 1CU의 근거리(30㎝ 거리) 시력은 0.4∼0.5인데 돋보기가 필요 없을 정도의 시력이 0.7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의상 교수는 "국내 시술 결과 환자의 절반은 돋보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10명 중 8∼9명이 돋보기가 필요했던 기존의 인공수정체 삽입술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크리스탈렌즈는 근거리 시력이 0.8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장단점은 국내에서 시술해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인공수정체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수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용이다. 초점조절 인공수정체의 가격만 190여만원이어서 총 수술비가 기존 인공수정체 삽입술의 3∼4배나 된다. 때문에 원래 신문을 볼 때 돋보기를 썼던 노인이라면 값비싼 초점조절 인공수정체를 굳이 택할 필요가 없다. 정성근 교수는 "돋보기를 쓰지 않았던 30∼40대 백내장 환자나, 나이가 많더라도 사회생활이 많은 경우, 보석세공 도장제작 시계수리 같은 특정 직업을 가진 경우 초점조절 인공수정체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안 해결의 새 가능성
정의상 교수는 "초점조절 인공수정체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해결되지 않은 유일한 굴절이상이라 할 수 있는 노안에 대한 중요한 해결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근시나 원시에 대해선 라식, 라섹,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 교정수술이 널리 보급되고 있지만 노안만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2∼3년 전 공막 링삽입술, 공막확장술, 각막성형술 등이 노안의 해결책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해 지금은 거의 시술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날로 성능이 좋아지고 있는 인공수정체가 노안을 교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 인공수정체의 조절력은 1∼1.5디옵터에 불과하다. 이것이 3디옵터만 되면 40대 후반부터 매년 돗수를 높여가며 돋보기를 써야 하는 불편을 수술 한번으로 해소할 수 있다.
초고도근시의 교정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라식 등으로 교정이 불가능한 초고도근시에는 돗수가 맞는 인공수정체를 수정체 위에 덧붙이거나(인공수정체 삽입술), 원래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투명수정체 적출술) 방법을 쓴다. 후자의 경우 백내장 수술과 마찬가지로 조절력을 잃어 근거리를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하다. 초점조절 인공수정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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