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盧대통령 탄핵안 가결/본회의장 "표결 50분" 안팎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盧대통령 탄핵안 가결/본회의장 "표결 50분" 안팎

입력
2004.03.13 00:00
0 0

12일 오전11시56분. 박관용 국회의장은 "헌법 제65조에 의해 대통령 노무현 탄핵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세 차례 의사봉을 두드린 뒤 경위들의 경호 속에 총총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역사에 선연히 기록될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50여분 드라마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마구 던져댄 명패와 서류뭉치, 구두 따위가 의장석 위로 어지럽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의장석 쟁탈 몸싸움

박 의장이 야당 의원들과 경위들에게 둘러싸여 본회의장에 진입한 시각은 오전11시7분. 이날 새벽 4시께 여야는 이미 의장석을 두고 사수와 탈환의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의장석에서만 표결 개시 선언과 결과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110조 등에 따라 의장석 확보는 가결 성사 여부의 관건이었다.

박 의장의 등장을 신호로 여야 의원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박 의장은 국회법 145조에 따라 질서유지권을 발동했고 대기중이던 국회 경위 60여명이 의장석을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경위들은 우리당 임채정 김덕배 천정배 이부영 김태홍 의원들을 하나씩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경위들에게 두 팔을 구속 당한 우리당 의원들은 사지를 뒤틀며 "안돼" "너희들 뭐야"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헛수고였다. 유시민 임종석 의원은 격정 끝에 얼굴이 벌개져 오열했고, 송석찬 의원은 "여기가 5공이냐"며 연신 고함을 질렀다. 임채정 의원은 끌려 나지 않으려고 저항하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과 주먹다짐도 벌였다. 육탄전, 고함, 오열.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11시16분. 모든 것이 보기 싫다는 듯 박 의장이 갑자기 몸을 돌려 퇴장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에 가로 막혔다. 그 사이 우리당 의원들은 경위들에의해 계속 끌려 내려왔다. 11시22분 장영달 의원을 끝으로 의장석은 완전 평정됐고, 박 의장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일사천리로 끝난 투표

11시23분. 박 의장은 탄핵소추안을 상정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렸고, 그 아래서 인의 장막을 두른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 박 의장은 제안설명을 유인물로 대체한 채 곧바로 무기명투표를 선언했다. 우리당 의원 10여명은 의장석 오른편 자신들의 의석 위에 올라선 채 "의회 쿠데타를 중단하라" "3월12일은 수치의 날이다"고 외쳐댔다. 우리당 김근태 대표는 방송카메라를 향해 "쿠데타를 중단시키는데 국민 여러분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의장석 왼편 기표소를 향해 줄을 선 야당 의원들의 눈에도 핏발이 서 있었다. "자업자득이야" "조용히 해" 여야의 맞고함이 본회의장 천장에서 부딪혔다. 김학원 정진석 의원 등 자민련 의원 8명도 줄을 서 조용히 투표에 참여했다. 김종필 총재와 조부영 국회부의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11시49분 박 의장의 마지막 투표 촉구가 있었고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가결수를 넘는 의원들이 투표했음을 손짓으로 표시했다. 박 의장은 투표 종료 및 개표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와병중인 강창성 의원과 모친상을 당한 신영국 의원도 불렀다.

가결 선언 속 울린 애국가

개표 개시선언과 함께 야당 의원들과 국회 경위들은 투표함을 둘러쌌고 우리당 의원들은 일부 야당 의원들이 커튼을 치지 않고 투표를 했다며 "공개투표 무효"라고 계속 외쳐댔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김근태 원내대표가 "애국가를 부르자"고 제안하자 우리당 의원들은 이에 따랐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사이 검표요원으로 있던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고 손가락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박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우리당 의원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의장석을 향해 던졌다. 송석찬 의원은 투표함과 명패함을 들어 본회의장 바닥에 내동댕이 쳐 부순 뒤 땅을 치며 통곡했다. 임종석 의원은 한참을 정신을 못 차리다 깨어나 의원석에서 연신 울어댔다. 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 모여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며 다시 애국가를 부르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