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들은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이를 일제히 긴급 뉴스로 전 세계에 타전했다. 외신들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해 한국이 극도의 혼란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고 전하며, 특히 한국 증시 급락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미국 AP통신과 프랑스 AFP통신은 오전 11시57분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자마자 1보를 긴급 타전, 외신들이 이번 탄핵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미국 CNN 방송은 박관용 국회의장이 의장석으로 향하며 몸싸움이 시작되는 모습부터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까지 1시간에 가까운 전 과정을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생중계했다.
로이터통신은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전한 잠시 뒤 다른 기사들을 통해 헌법재판소 심리를 포함한 상세한 대통령 탄핵 절차는 물론 대통령 탄핵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65조를 소개해 한국의 탄핵 정국에 철저히 대비했음을 보여줬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 탄핵으로 1987년 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한국인들의 분열이 어느 때보다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받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두고 탄핵안이 노 대통령측에 최소한 오점은 남길 것으로 보고 도박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사소한 정치적 다툼이 한 국가를 마비시키는 위기로 확대됐다"며 "문제의 발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한 것이었지만 이는 탄핵을 요구하기엔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한국) 국내 정치불안이 북한 핵 프로그램 위기보다 더 심각한 불확실성의 원천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제 불안과 관련, AFP는 국내 증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투자자들이 전례 없는 탄핵안 가결에 충격 받아 패닉 상태에서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탄핵안은 권력 공백으로 인한 리더십 위기를 가져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심각한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피치사는 탄핵안 가결 자체가 국가신용등급 재검토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십 위기가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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