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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라베" 무용단 "믿음" 리뷰/혼란속 문득 재미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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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라베" 무용단 "믿음" 리뷰/혼란속 문득 재미와 감동…

입력
200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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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가 초청해 공연 중인 벨기에 현대무용단 세 드 라 베(Les Ballets C. de la B.)의 '믿음'(사진)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28)가 만든 이 작품은 일관된 줄거리도 구조도 없다. 뭐가 뭔지 종잡기 힘든 장면이 파편처럼 이어지고 통곡과 환호, 공포와 익살이 마구 뒤섞여 신경에 거슬린다. 명료한 것은 없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러하듯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고 슬프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온갖 이질적인 요소들을 혼합하는 자유로운 형식이 대단히 참신하다.벨기에의 고음악 앙상블 '카필라 플라멘카'가 14세기의 고풍스런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무용수와 배우들은 정신없이 떠들고 노래하고, 춤 혹은 춤 아닌 몸짓으로 90분간 관객을 헷갈리게 만든다. 예수와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경건한 음악, 고통스런 비명과 자책의 흐느낌, 무자비한 폭력의 망치 소리와 미친듯이 웃어 젖히는 깔깔 웃음, 부드러운 속삭임과 끔찍한 절규가 아무렇지 않게 어울린다.

셰르카위의 안무 노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전쟁의 공포와 폭력의 어리석음, 인간의 외로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꼭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관객은 눈이 보고 있는 것에 저마다의 경험을 겹쳐가며 마음대로 느끼면 그만이다. 셰르카위는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표현 언어는 거칠고 생생하며 동시에 우아하다. 남들이 흔히 가장 아름답게 혹은 숭고하게 다루는 것들조차 셰르카위는 비꼬거나 일그러뜨린다. 사랑, 믿음, 구원, 참회의 눈물은 어느 순간 극히 자연스럽게 교활한 계산 혹은 뻔뻔스럽거나 우습기 짝이 없는 코미디로 변한다. 사뭇 비관적인 태도다. 그러나 결코 우울하지 않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도 그렇지 않은가. 공연은 13일까지 계속된다. (02)2005―01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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