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현실로 나타난 12일 "이 혼란이 파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일반론적인 반응 속에 지역별로는 주민들의 반응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주민들은 대체로 "탄핵까지 간 것은 너무 심한 일"이라고 비난했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부산, 흉흉한 분위기
부산은 탄핵소추안 결의가 통과되자 충격에 휩싸인 채 흉흉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부산지역 5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04총선 부산유권자운동연대'와 대학생, 시민들은 서면 등 시내 중심지에서 '대통령 탄핵' 규탄집회와 촛불 집회 등을 갖고 거대 야당을 성토했다.
회사원 백승록(27)씨는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런 상황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국정혼란과 심화될 경제위기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사업을 하는 임성진(47)씨는 "탄핵안에 찬성한 193명의 의원 나리들이 도덕성이 뛰어나서 지난 대선때 수백억원을 받아 챙겼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주부 윤말순(51)씨는 "전날 기자회견 때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야당과의 타협을 구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말대로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대구 "예상외 결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주민들은 막상 탄핵안이 통과되자 "뜻밖"이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야당의 처사가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지만, 일각에선 "1년 넘도록 국가경영을 갈팡질팡하더니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은행원 박모(41·수성구)씨는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자를 살인범 취급해 탄핵까지 간 것은 폭거"라며 "대통령도 지나친 오기를 부린 점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인 권모(38·북구)씨는 "국민들은 죽든 말든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대사를 애들 장난처럼 처리한 것은 통탄할 일"이라며 "국가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폭거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반면 택시를 운전하는 최모(55·구미시)씨는 "대통령으로 뽑아 줬더니 서민들이 살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차라리 새로운 사람 뽑아서 나라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광주 "당혹" "비난"
'노풍'의 근원지인 광주와 전남북 지역 주민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 반응이 엇갈렸다. 시민단체와 경제단체, 일반시민들은 탄핵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일부에선 '대통령의 가벼운 입' 등을 지적하며 찬성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전남대와 조선대 등 광주·전남지역 교수 69명은 이날 광주YMCA 무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야당의 탄핵은 정략적인 의도에 따른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주 농민회 정연석(35·나주시)씨는 "정부가 농업정책 포기 등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총선을 통해 심판했어야 한다"고 격분했다. 사업을 하는 김영원(38·정읍시)씨도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총선전략으로 탄핵을 가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가 막힐 뿐"이라며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는 국회를 보고 싶지 않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노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면서 경제살리기엔 신경쓰지 않고 일부 집단과 총선에만 신경 쓴 결과"라며 대통령을 겨냥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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