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인수전은 여전히 진행형?'씨티그룹이 한미은행 인수전에서 승자가 됐지만 물 밑에서 스탠다드차터드은행과의 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 외국 투자자가 UBS증권 창구에서 시간 외 거래를 통해 한미은행 주식 250만주(1.23%)를 매집했다. 이에 따라 한때 87.66%까지 떨어졌던 한미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90%를 넘어섰다.
한미은행 지분을 대량 매수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은 두 가지다. 씨티측이 한미은행 인수 전제 조건인 '80% 지분 확보'를 위해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거나, 스탠다드 등 다른 외국 대주주들이 매수 청구 가격을 높이기 위해 지분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 고위 인사는 "스탠다드를 비롯한 몇몇 외국인 대주주들이 이미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들었다"며 "특히 이들은 공개 매수가인 1만5,500원보다 훨씬 높은 1만8,000원대의 매수 가격을 요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 매각 가격을 높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씨티의 한미은행 인수를 저지해 인수전을 다시 원점 상태로 되돌려 놓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측이 최근 기자 간담회를 통해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탠다드측이 한미은행 인수 경쟁에서 씨티에 밀려났음에도 한국 내 다른 은행 인수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은행 마이크 디노마 전무이사는 인터뷰에서 "인수·합병 또는 자체적인 영업 확대를 통해 아시아 2위의 소매 금융 시장인 한국에서 핵심 주자가 된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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