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만반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평시상황'임을 강조하면서도 국군 통수권자의 전격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국방부와 합참은 대통령의 권한이었던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과 계엄령·동원령 선포권, 공무원에 대한 전시준비태세인 충무사태 발령권 행사를 고건 총리가 대행함에 따라 각종 보고라인을 긴급 점검했다.
김종환 합참의장은 12일 오후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임관식 참석을 전격 취소한 후 상경했으며, 조영길 국방장관은 오후 6시 긴급 군무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 기무사령관, 국방부·합참 주요간부가 참석한 회의에서 조 장관은 "국가비상사태를 맞아 일사불란한 지휘체제로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국방부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지휘관 정위치 근무와 각 부대 감시·경계 강화를 지시하는 등 지휘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평시수준의 근무태세 강화일 뿐 적의 군사활동을 추적하는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이나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 격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특이동향도 없을 뿐 아니라 군이 비상조치를 취하면 오히려 국민의 안보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92년 10월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 평시 상황인 '워치콘 4'가 '3'으로 격상됐으며, 96년 4월 북한이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했을 때는 '2'까지 올라갔다. 데프콘(평시 데프콘 4)은 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이 도끼로 미군을 살해해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을 때 '2'(동원령선포)까지 격상된 적이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무기도입이나 주한미군 이전 문제 등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현안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13일 오전 8시30분 리언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과 회동,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주한미군 재배치와 추가파병 등 안보현안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재확인키로 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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