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전세계 한의학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발로 뛰겠습니다."약령시의 도시 대구에서 미래산업으로 한의학에 주목,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구한의대 황병태(69) 총장은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2004 대구·경북 국제한의학박람회'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린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는 11일 "이번 박람회를 통해 약령시와 약초생태마을 등 대구와 경북의 풍부한 한방 자원을 국내외에 알리고 한방 산업이 세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는 북한, 중국, 몽골, 인도, 일본, 영국, 아랍 및 남미권 등 20여개국의 전통의학을 비교하고 한방화장품과 특용 작물, 한방 관련 생명공학 기업 등을 소개하는 부스가 180개나 설치된다. 각종 한방 자원을 전시하며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도 함께 연다.
13·15대 국회의원과 한국외대 총장, 주중 대사 등을 지낸 그가 한의학에 눈을 뜬 것은 이 대학 총장으로 부임한 2002년 7월께. 당시 한의학에는 까막눈이었던 그는 "최근 몇 년간 대구의 간판 기업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전국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지역 경제와 대학의 살길을 궁리하다 한의학에 착안하게 됐다"며 "세계적으로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관련 서적과 자료 등을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고 말했다.
그가 한방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고개를 젓던 인근 대학들까지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왕년의 정치인다운 추진력이라고 할까. 약초 효능 분석과 약품 개발을 맡은 대구한의대는 이미 교내에 한방화장품 및 식품공장을 짓고 있고, 대구가톨릭대는 경북 지역 약초 재배농들의 한약재 생산과 유통, 판매에 대한 교육 등을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또 대구대는 학교 부지에 약초 등을 재배하고 경북대 의대 등은 한방임상시험센터에 참여할 것을 검토 중이다.
"한방 산업 과학화를 통한 세계화가 목표"라는 그는 "국내 처음으로 한약제품의 규격화 및 표준화를 담당할 한방임상시험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이달 말에 삼성의료원과 공식 업무제휴를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8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한방임상시험센터의 검증 절차를 거친 한약제품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게 되면 국내 한방산업의 해외 진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최근 공동계획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하고 '한방산업추진단'을 함께 설치하는데 합의, 한방산업진흥원 및 연구원 설립과 한약자원개발센터, 한약재 생산가공 선진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글·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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