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총선·재신임 연계 방침을 전격 선언,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총선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결단은 '진퇴 문제'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강조, 재신임 연계가 총선 올인 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했다.노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과 야당의 탄핵안 발의까지 모두 묶어 총선 연계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따라서 여당 입당 카드와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를 총선 이슈의 중심으로 부상시킴으로써 선거전에 전면적으로 뛰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신임 연계 방침은 총선을 대통령 재신임이냐, 불신임이냐의 단순 논리 대결로 몰고 감으로써 제3당의 입지를 불안하게 하는 등 총선 판도에 큰 파장을 미칠 개연성이 충분하다. 여권은 재신임을 무기로 야당이 의도하고 있는 단순한 '친노(盧)·반노' 대결을 넘어 '국정안정 대 국정혼란'의 구도로 선거판을 끌고 갈 수 있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유권자에게 '대통령을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선거 판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야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총선·재신임 연계는 대국민 협박이자 고도의 열린우리당 지원 전략으로 위헌"이라고 비난해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인사들은 "총선은 본래 당과 후보를 보고 심판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총선에 재신임 문제를 걸어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으로선 재신임 연계 전략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당장은 이미 발의된 탄핵 의결에 더욱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또 총선·재신임 연계 자체를 사유로 한 제2의 탄핵안 제출, 헌법재판소 제소와 함께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로의 개헌 추진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탄핵과 함께 재신임 연계 문제가 가뜩이나 경색돼 있는 정국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떠오르는 관심은 재신임의 기준이다. 노 대통령은 "결단의 내용과 절차에 대해서는 입당을 하든가 안 한다든가 하는 계기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달 하순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때쯤 당 지도부와 상의해 재신임의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신임 기준에 대해선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 의석 확보 원내 제1당 부상 정당 득표율 1위 원내 과반 의석 확보 여당 득표율이 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8.9%)을 넘어설 경우 등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 지위를 흔들 수 있는 탄핵과 개헌의 저지선인 3분의 1 의석(재적 299석 중 100석) 확보가 기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기준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물러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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