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가까운 위기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읽어낼 줄 아는 안목이 바로 경쟁력입니다."고어텍스로 유명한 세계적인 소재 기업의 한국지사인 고어코리아 김광수(49·사진)섬유사업부 총괄본부장은 회사 매출액(500억원)이 전년대비 40% 가량 증가한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의류 업종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지난해 40%의 신장은 찾아보기 힘든 실적이다. 자세한 설명을 바라자 김 본부장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고어코리아에 대해 매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연쇄 부도 및 대량 실업 사태에 누가 고가의 기능성 의류를 사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리해고를 당한 40∼50대 대부분이 산을 찾기 시작했고 이들은 고가의 기능성 등산복 및 신발에 퇴직금을 아끼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사실 외환위기를 겪으며 회사는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남들이 다 어렵다고 해도 미묘한 변화를 포착, 기회로 발전시킨 것이 남들과 다른 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며 기능성 섬유에 대한 수요가 다시 폭증했다. 김 본부장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50% 늘어난 750억원. 그는 "우리나라 민족처럼 주말에는 어디로든 놀러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아웃도어 기능성 의류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펼쳐지는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 2004)에 단일 회사로는 가장 큰 60개의 부스를 설치, 참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낙관론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는 기능성과 패션을 접목한 제품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익대를 나와 1987년 고어코리아에 입사한 김 본부장은 2002년 고어의 아시아 태평양 신발 사업부 리더가 된 뒤 지난해 2월부터 고어코리아 섬유사업부 총괄본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그는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며 "단 1원도 회사 돈을 사적인 일에 쓰지 않는 정직함과 동료 직원의 자료 요청에 충실하게 답변하는 성실함이 외국계 회사에서 장수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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