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앤 글렌든(65·사진) 미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10일 로마 가톨릭 교황청 사회과학분야 주교 아카데미 의장에 선출돼 가톨릭 교회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가장 높은 지위에 올랐다.AP통신은 금녀(禁女)의 영역이던 바티칸의 고위직이 여성에게 문을 열기 시작한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보도했다. 1994년 설립된 사회과학분야 주교 아카데미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기관이다. 글렌든은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도전은 원칙을 지키면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렌든은 열렬한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오래된 조언자. 95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대표단을 이끌고 제4차 유엔 여성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94년 사회과학분야 주교 아카데미 창설 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이 아카데미의 활동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의장 임명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글렌든은 낙태, 페미니즘 등과 관련한 격렬한 정치 논쟁이 불붙던 70∼80년대에 보수주의 논객으로 필명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이후 항상 논쟁의 최전선에서 미국 가톨릭 지식인들의 지도자로 꼽혀 왔다. 최근에는 미국 내 동성결혼 인정을 반대하며 이 논란에도 뛰어 들었다. 사회·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해 '미국 변호사 50명'에 뽑히기도 했으며 백악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는 보수주의 외곬은 아니라는 평도 받고 있다. 그는 실제로 1964년 변호사 시절 흑인 인권 문제가 심각하던 미시시피주로 달려가 인권운동가를 변호하고 흑인 투표권 쟁취 운동을 지원했다. 첫 남편도 당시 만난 흑인 변호사.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 법대 교수는 "그는 적어도 하버드 법대 내에서는 가장 중도적 인물"이라며 "여자가 교황이 된다면 나는 그를 밀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임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노터데임 대학의 신학자 리차드 맥브라이언 신부는 글렌든 임명을 91년 흑인 클라렌스 토마스 연방 대법원 판사 임명에 빗댔다. 그는 "글렌든 역시 그가 대표한다는 대다수 가톨릭 여성 신자들과 맞지 않는 극단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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