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개성공단, 확실한 돌파구다

입력
2004.03.12 00:00
0 0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8차 회의는 최근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구체적 추진일정을 담은 7개항의 합의사항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같은 합의 도출이 가능토록 한 환경 조성이 귀중한 수확이었다.대표적 남북 경협사업인 개성공단 건설은 남북 모두 간절히 희망하는 것이었음에도 추진은 지지부진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구상은 2000년 현대아산과 북측에 의해 나왔지만 구체적 사업으로 윤곽을 드러낸 것은 2002년 12월 한국토지공사, 현대아산이 북측과 개발계획에 합의하고 부터다. 작년 6월30일 1단계 착공식을 가졌지만 12월 토지공사 개성사무소 착공식 외에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단 가동에 필요한 하부규정이 신속히 마련되지 않고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사업을 진전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 남측의 해명이었지만 사실 북측은 나름대로 적극적이고도 성실하게 준비해왔다. 공단 가동을 위한 10개 하위규정 중 9개는 이미 공표돼 토지이용권과 건물소유권을 규정한 부동산규정만 남겨두고 있고 가장 큰 걸림돌인 임차료문제도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북한 핵 문제다. 북핵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 와중에 추진된 개성공단은 미국이 쉽게 양해해줄 사안이 아니다. 북측실무자로부터 "개성공단을 할 생각이 정말 있는 것이냐"는 불만의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남측이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던 남북 경협사업의 매듭이 한꺼번에 풀린 것은 미국측의 양해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이 개성공단 시범공단 조성 및 전력 제공과 관련, "미국측이 이해하고 양해했다"고 밝힌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미국의 양해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으나 사업중단까지 요구했던 미국이 제2차 베이징 6자 회담 이후 변화를 보였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압력이 아무리 거세어도 포기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개성공단 건설 사업이다. 다행히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였으니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경협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 중소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돌파구로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다.

한국은행 총재가 산업공동화 방지방안의 하나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의 재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해법으로 개성공단 개발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개성공단 개발은 대북지원사업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돌파구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지금 고사(枯死) 직전에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 고임금과 인력난, 값싼 중국제품의 범람으로 문을 닫거나 공장을 뜯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제조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힐 판이다. 중소기업들이 목을 빼고 개성공단 입주를 기다리는 것은 개성공단이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절반수준인 싼 임금, 잘 훈련된 인력, 저렴한 입주비용에 지리적으로 수도권이나 다름없는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임차료와 지상물 보상문제도 남북간에 의견접근이 상당히 이뤄졌고 제도적 장치도 거의 마무리된 셈이다.

이제 남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단 가동을 앞당겨야 한다. 그래야 쓰러지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산업공동화도 막을 수 있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정치가 어떻게 굴러가든 개성공단만은 반드시 건설되어야 하고 제2, 제3의 개성공단으로 발전해내가야 한다.

방 민 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